['내일의 커피' 문준석씨]

아프리카 난민 정착 돕기 위해 가게 열어 커피와 한국어 교육

2년간 6명… 바리스타로 키워… 타미 "사장님, 부모 같은 존재"

"'달큰한 에티오피아' 한 잔, '향이 풍부한 케냐'도 한 잔 주세요."

지난 2일 오후 서울 대학로 '내일의 커피'. 대학생 성유진(25)씨는 "아프리카 원두커피를 아프리카인 바리스타가 직접 만든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왔다"며 주문했다. 곧장 드립커피(뜨거운 물을 커피가루에 부어 추출하는 커피)를 뽑아낸 바리스타는 이집트에서 온 타미(23)씨와 콩고 출신 조세(51)씨. 둘 다 난민(難民)이다.

5개월 넘게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타미는 2015년 8월 이집트 독재 정권에 저항하다 정치적 박해를 피해 한국에 온 뒤 작년 12월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조세는 난민 심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타미는 "난민으로 인정받았을 때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며 "나를 받아준 대한민국에서 바리스타 꿈을 꼭 이루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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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바리스타’를 육성하는 카페 ‘내일의 커피’에서 문준석(왼쪽) 사장이 이집트에서 온 난민 타미씨에게 커피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오종찬 기자

작년 8월까지 타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종이컵 공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했다. 난민 신청자는 난민으로 인정받기 전까지 인천 영종도의 외국인지원센터 등에서 지낼 수 있지만 대부분 6개월이 지나면 퇴소해야 한다. 난민 심사에는 평균 1년 6개월이 걸린다. 신청을 한 뒤 6개월이 지나도 난민 인정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경우 체류 기간 동안 취업을 할 수 있다. 매달 40만원가량 받던 지원금마저 끊기면 혼자 힘으로 생활비를 벌며 실낱같은 희망을 품는 것이다.

그는 "난민 친구 중에는 난민으로 인정받기도 전에 생활고를 못 견뎌 고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난 운 좋게 일을 하고 있었지만 공장에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1994년부터 작년 7월까지 난민 신청자 1만9440명 중 578명(2.97％)만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세계 평균 난민 인정률 37％(2015년 기준)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내일의 커피' 문준석(34) 사장은 이런 타미에게 바리스타 꿈을 심어줬다. 문씨가 NGO 단체를 통해 '바리스타를 꿈꾸는 난민' 채용 공고를 냈고 평소 커피를 즐겨 마시던 타미가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했다. 문씨는 2014년 10월 아프리카 난민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이 가게를 차렸다. 5년 넘게 어느 교회를 통해 아프리카 자원봉사 활동을 하며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그는 "재능이 뛰어난 난민 친구도 많았는데 주변엔 '아프리카 사람은 불쌍하고 도와줘야 하는 대상'이라는 선입견만 있어 안타까웠다"고 했다.

고심 끝에 문씨는 '커피의 본고장인 아프리카 사람들이 맛있는 커피를 직접 선보이면 어떨까?' 생각했다. 이 아이디어는 사회적 기업 공모전에서 두 차례 최우수상을 타면서 구체화됐다. 대기업 사원 6년 차에 사표를 쓰고 바리스타 교육을 받아 커피 가게를 운영한 지 2년이 넘었다.

지금까지 이 카페를 거쳐간 '난민 바리스타'는 모두 6명이다. 처음엔 커피 원두도 잘 구분하지 못했던 이들도 문씨의 교육 덕분에 커피 박사가 됐다. 난민 인정을 받은 뒤 바리스타 경험을 살려 한 레스토랑에 취직한 사람도 있다. 문씨는 한국어에 서툰 난민 바리스타를 위해 매주 1번씩 강사를 초빙해 무료로 한국어도 가르치고 있다. 타미는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는 나에겐 문 사장님이 아빠 같고 엄마 같고 친구 같은 분"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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