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상담원 직접 전화 맞춤형 상담…초기 입국 결혼이민자 및 외국인 유학생 대상

“안녕하세요? 외국인종합안내센터 몽골어 상담원 어치코입니다. 저희 센터에서는 한국에 입국한 초기 결혼이민자들이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외국인종합안내센터(☏1345)에 근무하는 어치코(몽골) 씨의 멘트는 항상 상냥하다. 그는 한국 생활에 익숙지 않은 결혼이민자들의 다양한 문제거리들을 A부터 Z까지 일일이 들어주고, 해결해준다. 파키스탄에서 온 아시프 무하마드(남·36) 역시 다소 투박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걸죽한 입담이 돋보인다. 이들의 직업은 상담원이다. 

법무부가 추진 중인 외국인종합안내센터의 ‘찾아가는 맞춤형 서비스’는 입국 초기 이민자들에게 외국인 출신 상담원들이 직접 전화를 걸어 체류절차와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고, 국내 생활에서의 고충을 상담해주는 제도이다. 새 정부 국정 100일 추진과제로 선정돼 지난해 5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이 제도는 10월 7일부터 그 대상 범위를 2년 미만의 결혼이민자와 외국인 유학생까지 대폭 확대했다. 

파키스탄 출신 상담원 아시프 무하마드 씨는 ‘아시아프렌드’라는 단체를 만들어  봉사활동을 한 경험이 상담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서울 목동 행복한백화점 16층에 위치한 외국인종합안내센터에 들어서자 93명의 상담원들이 컴퓨터에 등록된 입국자들의 정보를 들여다보며 상담을 하고 있었다. 이 중 ‘찾아가는 맞춤형 서비스’ 상담원 7명은 유창한 한국어와 모국어로 이민자는 물론 이민자 가족들에게도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파키스탄에서 온 아시프 무하마드(남·36) 씨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모국에서 사회경제학을 전공하고 80점 이상이 합격선인 파키스탄 세관에 시험을 보았는데 79.5점을 받아 아쉽게 낙방했다. 재시험을 준비하던 중 옆집에 살던 형을 통해 한국을 알게됐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생겨 한국어를 배웠다. 현재 인하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한국 여성과 결혼해 8년째 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입국 초기 결혼이민자를 위한 ‘찾아가는 맞춤형 상담서비스’ 상담원들.  찾아가는 서비스 상담원 7명은 유창한 한국어로 이민자는 물론 이민자 가족들에게도 멘토 역할을 해주는 최정예 인력들이다.

  
인천에 산다는 무하마드 씨는  “미얀마, 베트남, 태국 이주민들이 주축이 돼 ‘아시아 프렌드’란 봉사모임을 만든 적이 있다. 집에서 안 쓰는 물건을 모아 바자회를 열어 나온 수익금으로 요양원을 방문, 어르신 식사를 도와드리고 연탄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런 추억들이 상담활동에 도움이 된다.”며 “인천 시민으로서 인천아시안게임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아시아인들이 한곳에 모여 스포츠를 통해 단결과 평화를 다지는 모습에서 아시아는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 한국이 낯설지 않다. 아시아, 아니 세계가하나 되는 일에 동참한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외국인종합안내센터에서 활동 중인 상담원들은 다년간 상담 활동을 한 실력자들이다. 이들은 한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전문상담원으로 1~2년차 결혼이민자들이 조기정착할 수 있도록  체류기간 연장, 취업, 영주권, 국적취득, 가족초청 절차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결혼이민자들 외에 4개 국가 유학생들도 국내 대학 생활경험 등이 풍부한 자국 출신 상담원으로부터 체류기간 연장, 시간제 취업, 졸업 후 취업비자변경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몽골어 담당 어치코 상담원. 입국 초기에는 언어가 통하지 않아 부부간 오해가 생기면 3자 통역으로 해결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깜찍한 외모와 발랄한 성격으로 센터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20대 이유리 상담원

 
깜찍한 외모와 발랄한 성격으로 센터의 분위기를 밝게 하는 이유리(여·29) 상담원은 우즈베키스탄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뒤 한국에 정착했다. 이 씨는 “친정어머니가 한국에 오셔서 4살 난 딸을 돌보고 있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다. 한 상담자가 시어머니가 습관적으로 먹기 싫어하는 음식을 억지로 권한 데서 비롯된 갈등으로 이혼을 생각한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었는데, ‘한국에선 그게 고부간의 정이다. 시어머니의 사랑으로 봐달라.’고 설득해 지금 임신 9개월째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고 사례를 귀띔해 주기도 했다.

외국인종합안내센터 김광태 센터장은 “한국어, 중국어, 영어 등 총 20개 언어가 3자 통역 서비스로 지원되고 있다. 외국인 체류 200만 시대를 맞아 상담 건수도 점점 늘어나고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보이스피싱으로 오해를 받거나 본인이 아닌 배우자와 통화 연결 시 거부감을 표하는 경우가 있다.”며 “결혼이민자에게는 매우 유용한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있어 안타깝다. 홍보가 됐으면 좋겠다.119와 MOU도 체결해 통역서비스를 제공하고, 서울대 병원응급실에도 환자 통역을 의뢰한 적이 있다.”며 센터의 다양한 역할을 소개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한백화점 16층에 위치한 외국인종합안내센터

외국인종합안내센터에는 93명의 상담원이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20개국 언어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결혼이민자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아 취업 프로그램의 보완이 필요하다. 다문화 관련 취업알선 기관이 있지만, 이곳에서는 대다수가 학력·경력과는 무관하게 단순노무일을 알선한다. 모국에서 대학교수, 공무원 등 경력을 가진 인재도 많다. 이들의 특성을 파악해 활용할 수 있는 정책과 심층상담을 위한 전문상담사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몽골어 상담원 어치코(여·31 ) 씨는 “한 상담자는 제가 전화하면 마음이 편해진다며 자주 전화를 해달라고 요청했다.처음에는 어색해하다가 친밀감이 쌓이니 말벗이 되기도 한다. 특히 지방에 사는 분들이 외로움을 호소하거나 남편과  대화가 안 돼 갈등이 심한 경우도 많다. 이럴 때는 3자 통역으로 오해를 풀어주면 부부관계가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좀 더 친해지면 일자리 정보를 부탁하기도 한다. 노동부 취업서비스 제도를 알려줘 간병인 교육 수료 후 간병인으로 활동하는 한 이민자는 4대보험이 적용되는 간병인 생활에 무척 만족해한다.”고 상담사례를 들려줬다.

외국인종합안내센터 운영부 박현철 실장은 “상담원들이 교육을 받는 이 교육장은 93명의 상담원이 교육하기에는 비좁아 절반은 서서 교육을 받는다.”고 애로사항을 전했다.

‘재한 외국인의 행정 생활종합 상담을 1345가 18개 다국어로 해결해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걸려 있는 센터 입구

1345 상담은 크게 1차 상담, 2차 상담, 맞춤형 상담으로 나눠지며, 20개국 언어의 전문 상담원이 상담을 진행한다. 1차 상담으로 해결되지 못할 경우, 일선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과 핫라인으로 연결해 2차 상담인 심화전문상담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센터에서는 전국 출입국관리사무소 업무 수행에 필요한 전화통역 및 다른 정부부처 등 외부콜센터의 외국인 관련 민원상담 협력 및 3자 전화통역 등의 업무도 진행 중이다. 

공감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