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AG 핸드사이클 이도연/ 평창선 노르딕스키 7종목 완주/ 좌절하지 않는 성격 오뚝이 같아/“세 딸을 위해 포기하지 않을 것”

그를 한 번이라도 스친 사람들은 “이렇게 밝고 유쾌한 사람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 도중 이를 악물다가도, 행여 넘어질 때면 방실 웃으며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건 천성이 낙천적이기 때문일까. 지난 3월 평창패럴림픽에서 노르딕스키 7종목, 도합 53.63㎞에 이르는 거리를 완주한 ‘철녀’ 이도연(46·사진)의 얘기다.

전북 정읍의 4남매 중 맏딸로 태어난 이도연은 기가 세고 당찼다. 직업군인을 꿈꿨을 정도로 체격도 좋았다. 그러나 교복을 막 벗은 해 한 건물에서 추락사고를 당해 척추장애를 입고 하반신이 마비됐다. 이후엔 눈물로 지새운 나날들이었다. 이듬해 남편과 만나 두 살 터울의 세 딸을 낳았지만, 남편과 헤어지는 통에 육아까지 전담해야 했다. 전자부품을 조립하는 공장일부터 허드렛일까지 안 해본 게 없었다. 자립심 강한 딸들이 훌쩍 커 엄마를 살뜰히 챙기기 시작하면서 운동을 시작했다.

탁구와 육상으로 스포츠에 입문하다 누워서 손으로 바퀴를 돌리는 핸드사이클에 꽂혔다. 핸드사이클은 시속 60㎞까지 찍히는 ‘고속’ 스포츠다. 사이클 한 대 가격이 1000만원을 넘어가 한숨만 쉬고 있던 그에게 백발이 성성할 때까지 음식점 장사를 놓지 않던 어머니 김삼순(71)씨가 말없이 봉투를 건넸다. 피같이 모은 1800만원이었다. 이도연에게 사이클은 ‘엄마’의 이름을 짊어지고 달리는 ‘사명’이 됐다.

오는 6일 개막하는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안게임 한국 선수단은 2일 결전지인 자카르타로 떠난다. 이도연은 그보다 하루 빠른 1일 현지적응을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2관왕,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은메달리스트인 그는 단연 에이스로 꼽힌다. 평창패럴림픽에서 노르딕스키로 종목을 바꾸고도 포기하지 않는 레이스로 ‘철의 여인’이란 수식어까지 붙었다. 이제 주종목으로 복귀한 이도연은 삶의 전부인 세 딸을 위해 페달을 꽉 쥔다. “겁나게 떨려도 강한 엄마는 포기하면 안 된다”는 그의 인생이 누구보다 찬란한 이유다.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