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복지·일자리 등 범정부 차원 ‘학교 밖 청소년 종합대책’ 본격 시행  

각 반의 수업에 들어가면 나는 항상 출석을 체크하곤 한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한 반에 약 30여 명 되는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학교인데, 가끔 출석부를 보면 거의 매일 결석 체크가 돼있는 학생이 있다. 아이들도 그 학생에 대해 잘 모르고, 1년 내내 수업을 해도 얼굴을 몇 번 볼까말까 한 그런 학생이다. 자퇴를 한 것도 아니요, 체험학습을 떠난 것도 아니기에 많은 선생님들이 염려하며 찾는 그런 학생이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학교 밖 청소년은 28만 명으로 추산(2012,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하고 있다. 부모 없이 자라거나 부모가 있어도 맞벌이에 바쁜 부모 아래 학생들은 소외되고, 일탈하며 상처받는 경우가 많다. 대학을 나와도 진로가 불투명한 한국의 현실과 경쟁 위주의 교육으로 발생하는 왕따, 학습 부진 등의 학내 문제는 아이들을 학교 밖으로 내몬다. 지금까지 이런 학생들은 학급 친구와의 연락을 통해 소재를 파악한 후 상담교실인 ‘위클래스(We Class)’에서 심도 깊은 상담을 받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었다.

아이들에게 학교란 어떤 공간일까.

청소년기의 학업 중단은 개인적으로 청소년의 사회적 자립 및 성장을 저해하고 국가적으로는 인적자원 손실, 범죄율 증가 등에 따른 비용을 발생시킨다. 이에 정부가 학업중단을 예방하고 학교 밖 청소년의 자립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여성가족부는 1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학교 밖 청소년 지원대책’을 국무회의에 보고하고 이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종합대책은 ▲학업중단 사전 예방 ▲학교 밖 청소년 발굴 강화 ▲유형별 맞춤형 진로지도 ▲촘촘한 의료·보호·복지 지원 ▲지역사회 협업체계 구축 등 5개 분야 18개 과제로 구성됐다.

이번 대책은 이달 29일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시행에 앞서 보호의 사각지대인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정부 지원을 체계화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특히, 매년 6만여 명의 학업중단 학생이 발생하는 가운데, 이들이 우리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정책적인 연계와 지원 체계를 강화했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통합 지원 흐름은 위와 같다.

 
우선, 학업중단 사전예방을 강화하기 위해 ‘학업중단 숙려제’를 내실화하고 다양한 대안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한다. 가족 및 또래 등을 통한 심리·정서적 치유를 지원하며, 의무교육 단계의 공적 보호를 강화한다. 학교 밖 청소년을 발굴 강화하기 위해 실태조사 등을 통한 촘촘한 지원 기반을 마련하고, 학업중단 청소년의 정보 제공 및 연계를 강화한다.

학교 밖 청소년을 발견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학교 밖 청소년의 학력 취득을 위한 맞춤형 진로지도와 실효성 있는 직업 교육 및 안정적인 일자리를 연계한다. 촘촘한 의료 보호 복지 지원이 가장 눈에 띄는데,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육체·정신적 검사 및 치료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강화됐다. 범부처-지역-민간 협업체계를 구축해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한 점도 돋보인다.

우리 학교는 학교 밖 아이들의 발생률이 낮은 편이지만, 학교 교육 내용이 어렵고 많은 학생들을 한꺼번에 가르치는 상황에서 보통 수준의 학생에게 학습내용을 맞추다보니 학습이 부진하거나 개성이 강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수업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공교육에서 변화를 모색하는 혁신학교나 대안학교의 교육에 눈을 돌리는 학부모들도 있다. 

이번 대책에서는 이런 실태를 반영해 학교폭력 가해 및 생활지도 대상 청소년의 학업중단 예방 성과를 보이고 있는 충남 여해학교의 사례와 숙려제 및 대안교실 운영으로 중도탈락을 완전히 차단했다는 충남 목천고등학교의 사례를 반영, 학교 안팎으로 대안학교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고, 우수 사례를 지원·확산하기로 했다.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꿈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해 각 부처가 힘을 합쳤다.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은 “학생들이 학업을 중도에 그만두지 않도록 교육부와 적극 협력하되, 부득이한 사정으로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은 미래의 인적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며 “이번 대책은 그간 사각지대에 있던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하였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올해 실시하는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더 촘촘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종합대책 실시를 위해 교육부, 여성가족부, 경찰청, 미래창조과학부, 고용부,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힘을 합쳤다. 예를 들어 여성가족부는 가족 및 또래 등을 통한 심리·정서적 치유 지원하고, 미래창조과학부는 학교 밖 청소년 발생 주요원인, 발생 시기, 지역특성, 증감패턴 등 빅데이터를 분석하며, 고용부는 실효성 있는 직업교육 및 안정적인 일자리 연계하는 식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저소득층 청소년 대상 문화·여행·스포츠 관람에 이용 가능한 통합문화이용권(문화누리카드) 발급하는 등 각 부처가 총체적인 지원에 나선다.

아이들은 맑고 밝게 자랄 때 가장 예쁘다.

 
학교 밖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요즘이다보니 학교에 아이들이 무사히 나와주는 것만으로도 반갑고 고마운 때가 많다. 공부는 못해도 좋으니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랄까. 5월 말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부처별로 마련한 실질적인 정책들이 좀 더 실효성있게 시행될 수 있도록 정부가 더 애써주길 바란다.  

다소 정책이 많아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와 교육청, 교육행정담당자의 눈과 발이 바빠질 듯하다. 이런 정책에 맞춰 실질적인 인력 및 재정 지원이 이뤄져 학교 밖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왔으면 한다.

공감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