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에 ‘꿈틀 어린이 텃밭학교’ 개교…총 20주간 농사 체험하며 인성 교육 

‘올바른 인성을 갖춘 시민을 육성해 사회 발전에 이바지한다.’

올해 7월에 시행되는 인성진흥교육법 제 1조의 한 문장이다. 최근 학생에 대한 인성 교육 강화가 시급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됨에 따라 이를 의무로 규정한 세계 최초의 법이다.

올바른 인성을 갖춘 시민 육성을 위해 법이 제정됐다는 것이 반가운 일인지 안타까운 일인지는 차치하더라도 대한민국 사회의 인성 교육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사실에 대한 공감대가 사회 전반에 확산됐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학교라는 시스템 안에서 아이들의 인성 교육이 원활하고 충분하게 이뤄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실질적으로 입시 위주와 성적만을 강조하는 현 상황에서 인성 교육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다만, 인성 교육이라는 것은 몇 번의 프로그램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아기부터 고교에 이르기까지 장기적인 안목에서 계획돼야 하지 않을까.

인성 교육과 관련해 좋은 교육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는 ‘텃밭’ 활동 사례가 있어 그 현장을 직접 방문해봤다. 바로 경기도 과천시의 ‘꿈틀 어린이 텃밭학교’로 농림축산식품부의 이동필 장관이 교장으로 부임하며 지난 5월 초 입학식이 개최되기도 했다.

꿈틀 어린이 텃밭 학교 입학식 현장(사진=농림축산식품부)

지난 5월에 문을 연 꿈틀 어린이 텃밭학교는 오는 10월 말까지 매주 토요일에 어린이들과 함께 200여 평의 텃밭을 가꾸면서 다양한 생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과 경기 지역의 텃밭체험에 관심 있는 초등학생 50명과 가족들이 이곳에서 텃밭과 함께 꿈과 희망도 가꿔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토요일 꿈틀 어린이 텃밭을 찾아가보니 가족 단위로 텃밭을 잘 가꾸고 있었다. 배정받은 곳에 텃밭의 이름도 짓고 열매채소 모종도 심었다고 한다. 산으로 둘러싸인 텃밭에서 아이들이 이곳저곳으로 뛰어놀며 지렁이도 관찰하고 도랑에 내려가 개구리를 잡는다고 삼삼오오 모여 다니는 모습에서 즐거운 에너지가 넘쳐나는 듯했다.

텃밭 학교의 프로그램을 이끌어가고 있는 사단법인 도시농업포럼의 신동헌 대표를 만나봤다. 서글서글한 농촌 할아버지 같은 인상의 그는 꿈틀 어린이 텃밭에 대한 애정이 커 보였다. 신 대표는 “이 텃밭 활동을 통해 가족 간의 소통, 화목을 기대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가족들이 이곳에서 행복을 찾고 그런 과정 속에서 아이들의 인성 교육이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고 설명했다.

도시농업포럼의 신동헌 대표가 텃밭 앞에 서 있다.

그는 또 “꿈틀 어린이 텃밭의 ‘꿈틀’은 꿈의 틀을 뜻한다.”며 “텃밭을 가꾸며 아이들이 자신들의 꿈의 틀도 가꾸고 그 속에 희망을 담아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프로그램”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1학기와 2학기로 나눠 총 20주차로 진행되는 꿈틀 어린이 텃밭 학교는 매주 주제별 프로그램이 있다. 그리고 그 주제에 따라 생명의 주기 이해하기, 생각의 깊이 더하기, 텃밭 요리하기, 나누기라는 세부 프로그램이 이뤄지고 있는데, 특히 텃밭 요리하기란 프로그램에서는 아이들이 식교육 활동도 경험할 수 있다.

식교육 활동에 참여 중이던 정윤아(가곡초, 3년) 양은 “꿈틀 어린이 텃밭 학교에 오면 재미있는 활동을 많이 해서 좋다.”며 “특히 엄마 아빠랑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어서 좋고 또 이렇게 친구들과 모여서 요리하는 시간도 즐겁다.”고 전했다.

정윤아 양이 새싹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 지난 일주일간 키웠다는 새싹들을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흥미거리는 학교 텃밭이 어린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동요를 제작해 교가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 교가는 앞으로 전국의 초등학교, 지자체, 시민단체 등에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꿈틀 어린이 텃밭 학교는 학교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땅이 살아서 꿈틀거리는 생태 텃밭학교, 어린이의 꿈을 키워가는 텃밭 학교를 지향하는 곳이다. 이에 적합한 체험 프로그램들을 위해 식생활교육 국민네트워크, 청소년바로세우기운동협회, 농촌진흥청, 산림청 등 다자간의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또 그동안 중점을 두고 연구해온 학교 텃밭(edu-farm, school farm) 모델과 시민단체들이 쌓아온 경험을 접목해 적용할 계획이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자체와 함께 농업, 농촌에 대한 가치를 확산하고 올바른 식생활 교육 차원에서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텃밭 조성 시범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2012년부터 올해까지 텃밭 160곳을 조성했고, 각 지자체에서도 지난해 3,500여곳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텃밭에 붙여진 이름들만 봐도 꿈틀 어린티 텃밭에 참가하는 가족들이 앞으로 얼마나 행복하게 이 공간을 가꿔나갈지 즐거운 상상이 된다.

이번 꿈틀 어린이 텃밭 학교는 그간의 사업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농식품부의 실생활 개선, 교육부의 학교 폭력 예방, 농진청의 힐링과 치유 등 각 부처 정책들이 한데 융합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나아가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린이들의 식습관 변화와 운동량, 가족 간 소통 등 텃밭 활동 효과 분석을 진행해 향후 바람직한 텃밭 모델을 수립하는 데 활용하고, 이를 다시 2016년부터 다양한 현장에 적용 및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하니 관심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부모의 입장에서 텃밭 교육에 꽤 흥미가 간다. 인성 교육이라는 것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요즘 엄마들은 걱정이 많고, 또 ‘올바른 인성’에 대해 부모조차도 막연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내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인성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갈증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시점에 텃밭 교육이 아이들의 인성 교육에 있어 하나의 우수 사례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더 많은 부모와 아이들이 이 같은 양질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수 있도록 정책당국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공감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