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같이 살 수 없어 시설(보육원 등)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그들이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희망을 주고 싶었어요."

미국 대형 투자회사인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먼에 근무하고 있는 신순규 애널리스트(52)는 매일경제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비영리단체인 야나(YANA) 미니스트리의 설립 배경을 이렇게 소개했다. 야나는 '너는 혼자가 아니야(You Are Not Alone)'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것이다.

신 애널리스트는 생후 100일을 넘기기 전 녹내장을 진단받았다. 7세 때 망막박리로 인해 만 9세에 시력을 전부 잃었다. 빛조차 느낄 수 없는 캄캄한 어둠이 찾아왔다. 그는 시각장애인이라면 특수학교를 나와 침술사, 안마사밖에 할 수 없었던 한국을 떠나 15세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이후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심리학과 조직학을 전공한 그는 미국 금융 중심지인 월가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하고 있다.

미국 유학 시절 따뜻한 가정에서 보살핌을 받은 신 애널리스트는 자신이 받은 사랑을 다시 주변과 나누고 싶었다. 이것이 2012년 지인들과 함께 뜻을 모아 야나 미니스트리를 설립하는 계기가 됐다.

"기숙사가 있는 맹인학교에서 공부한 첫해를 제외하고 미국에서 저를 계속 친자식처럼 키워주신 가족이 있었어요. 정식 입양은 아니었지만 메리 오메셔와 데이비드 오메셔 부부는 제가 뉴저지에서 고등학교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이후에도 저를 계속 가족의 일원으로 따뜻하게 대해주셨어요. 자녀분들도 마찬가지였고요. 저에겐 절 낳아준 부모와 키워준 부모, 가족이 둘 있는 셈입니다."

'버림받은 아이들에게 기댈 수 있는 가족이 되는 것'을 비전으로 내건 야나 미니스트리는 이를 위해 '모든 가능한 방법으로 아이들의 가족이 돼 아이들이 자신의 건강한 가족을 가질 수 있게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활동한다. 신 애널리스트는 "야나 미니스트리는 크게 가고(Going), 오고(Coming) 그리고 인연을 맺는 것(Connecting)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단기 선교 프로그램과 매년 2월 진행하는 플라잉 해피니스(Flying Happiness) 프로그램, 그리고 마지막으로 야나 유학 프로그램과 프로젝트 조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야나 미니스트리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것은 유학 프로그램과 프로젝트 조이다. 유학 프로그램의 경우 중학교 1~2학년생인 불우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국 현지에서 유학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경우 ESL부터 시작해 대학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프로젝트 조이는 미국 현지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동포들 회사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하는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장기적으로 취업 기회까지 마련해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중·고등학생 4명과 대학생 3명이 미국 유학 중인데 최근 한 명이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일곱 살에 한국 복지센터에 입소한 아이인데요, 2008년 저희와 인연이 닿았고 2012년 플라잉 해피니스 프로그램으로 미국에 방문했죠. 플라잉 해피니스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보살핌을 제공해줄 수 있는 가족을 미국 현지에서 만나 가정에서 함께 생활하며 더 넓은 세상을 보고 꿈을 키울 수 있게 도와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심리학을 배우고 싶었던 이 학생은 2015년 미국으로 유학을 왔어요. 6개월~1년 동안 미국 호스트 가정과 함께 생활한 뒤 독립해 사는 저희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어린 나이가 아니다보니 언어의 장벽을 넘는 게 매우 큰 어려움이었는데 최근 뉴욕주립대 캠퍼스 두 곳과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캠퍼스(UCR)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어요. UCR 합격은 저희가 기대한 것 이상의 결과라 정말 기뻤습니다."

마지막으로 신 애널리스트는 야나 미니스트리를 통해 더 많은 학생에게 혜택을 제공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있는 아이들, 고아와 버려진 아이들, 불우한 환경 속에 있는 아이들 모두 가정에서 성장할 권리가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물론 보육원이 있지만 입양이든, 위탁가정이든 많은 아이가 가정 속에서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할 수 있길 바랍니다. 초콜릿으로 유명한 밀턴 허시가 아내 키티와 함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설립한 밀턴허시스쿨(MHS)과 같은 학교가 한국에도 설립돼 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을 도와 이들이 떳떳한 어른으로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것, 이것이 제가 꿈꾸는 미래예요."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