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 입학 100일 할머니들 “학교가 설레요” ◇최근 입학 100일을 맞은 `더불어 한글반' 할머니 학생들과 지도 교사 등이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올 4월1일 입학식을 갖고 태백 철암초교에서 매주 월·목요일 수업을 진행한다.

태백 철암초교 `더불어 한글반' 9명 어르신 학생

전교생이 42명에 불과한 산골마을의 작은 학교인 태백 철암초교.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60∼80대 할머니들의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하다. 마을 할머니들을 위한 한글교실인 `더불어 한글반' 수업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이면 9명의 할머니 학생은 선생님의 지목에 수줍어하면서도 천천히 글을 읽어 내려가고, 선생님의 칭찬에 얼굴이 환해진다.

평생 글을 몰라 답답해하는 마을의 한 할머니 사연을 전해들은 철암초교는 올 4월1일 입학식을 갖고 1주일에 두 번 1시간씩 한글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입학 100일을 맞아 할머니들을 위한 이벤트도 마련됐다. 수업 도중 깜짝 등장한 케이크와 100일 기념떡, 학생들의 100일 축하 노래에 할머니들의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공부에 대한 이들의 열정은 어린 학생들 못지않다. 수업이 있는 날이면 일찍 등교해 도서관에서 그림책도 보고, 지난 시간 배웠던 과정을 복습도 하면서 수업 시간을 기다릴 정도다. 이런 열정에 학교도 학교 행사에 할머니들을 초청, 함께하기도 했다.

반장을 맡고 있는 홍종옥(76)씨는 “10년 동안 운전면허 필기시험 200번 넘게 보고 합격해 운전을 하고 다니는데 한글을 배울 수 있게 돼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학교 오는 날은 평소에 아픈 다리도 나아지고 아침부터 하루 종일 설렌다는 할머니들의 소식이 알려지자 한글을 배우고 싶어 하는 할머니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학교에서는 내년에 2기 모집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도를 맡고 있는 이두혁 교사는 “그동안 못 배운 설움과 공부의 소중함을 아시기 때문에 욕심과 열정이 넘쳐난다”며 “앞으로 건강하게 많이 배우시고 계속 즐겁게 등교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원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