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활용 치유봉사활동 20년 이웅종 둥글개봉사단장

사람에 상처받은 강아지
독거노인·장애인과 만나
사람마음 다독이는 벗돼

"올바른 산책문화 교육
펫티켓 중요성 알릴 것"

"놀이에 반려동물이 매개가 돼 함께 활동하고 감정소통을 하는 것만으로도 상처받은 마음을 돌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경기도 화성시 이삭애견훈련소에서 만난 이웅종 둥글개봉사단장이 반려동물을 매개로 심리치유를 돕는 '동물매개치유활동(AAA)'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전 국민의 큰 사랑을 받았던 국민견 '상근이' 아빠이자 반려견의 원조 개통령(개+대통령)인 이 단장은 연암대 동물보호계열 교수, 이삭애견훈련소장 등 다양한 활동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랜 세월 반려견 교육을 해온 이 단장은 2000년대 초부터 반려견과 함께하는 봉사활동도 꾸준히 해왔다. '백구와 친구하기' '더 힐링' 등 봉사활동은 그 규모가 커지면서 지난해부터 '둥글개봉사단'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둥글개봉사단이 진행하는 봉사활동의 큰 특징은 반려견이 함께한다는 점이다. 봉사활동 현장에 함께 찾아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만으로도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분들도 어느새 봉사활동에 참여한 반려견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습니다.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분들의 경우 종종 상담사들이 자신의 생각을 훔쳐가거나 상담 중 들은 내용을 남들에게 소문낼 거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단, 반려견들은 그럴 걱정이 없으니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하죠. 말이 통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아요. 반려동물을 보고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이 커지거든요."

봉사에 참여하는 다양한 반려견은 저마다 사연을 안고 있다. 공통점이라면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은 적이 있다는 것이다. 이 단장은 "연예인들이 무슨 반려견을 키운다는 내용이 보도되면 유행처럼 같은 견종 입양이 급증하고, 몇 해 지나지 않아 그 견종이 대거 유기견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손이 많이 가고 비용도 많이 드는 반려견을 책임감 없이 입양·분양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버림받고 상처받은 반려견들은 이 단장 손을 거쳐 '힐링견'으로 다시 태어난다. 사람에게 버림받아 마음의 상처를 입은 반려견들이 힐링견으로 거듭나 다시 상처받은 사람을 만나, 서로가 서로의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이다. 이 단장은 이를 '어게인 앤드 어게인(AAA)'이라고 소개했다. 이 단장은 "유기견들은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는데 우리는 보호자들을 다시 만나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훈련도가 가장 높은 반려견들이 힐링견이 될 수 있는데 열 마리 중 한두 마리만이 힐링견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제 봉사단 이름이 둥글'개'인 이유가 이해가 되시죠? 무엇보다 사람과 반려견, 더 나아가 반려견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둥글게' 어울려 살자는 의미도 담았습니다. 저희는 동물매개 치유 봉사활동에 집중합니다. (마음의) 상처를 받은 유기견을 구조한 뒤 그를 교육시켜 상처받은 사람들을 찾아가 함께 어울리며 그들에게 웃음을 주는 활동을 해요. 한 달에 최소 1~2회, 많으면 3~4회 봉사를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독거노인, 장애인, 보육원 원생, 비행청소년 등 취약계층을 주로 찾아갑니다. 영화감상, 장수사진 촬영, 세족식 등에 힐링견도 함께하죠."

이 단장은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동물매개 봉사활동도 지속하고 있다. 이 단장이 교수로 있는 연암대와 호산나대가 올해 처음 공동 수업을 시작했다. 이 단장은 "연암대생들과 반려견, 호산나대 발달장애인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진행했는데 반려동물을 매개로 서로 더 많이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됐다"며 "두 학교 학생들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봉사활동과 더불어 바람직한 '펫티켓(반려동물에 관한 에티켓)' 문화 정착을 위해서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반려동물 1000만마리 시대가 열렸지만 관련 '문화'는 아직 자리 잡지 못했다는 생각에서다.

"요즘 제가 항상 강조하는 게 펫티켓 교육입니다. 봉사단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전국 바른 산책 문화 만들기' 캠페인을 최근 시작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문화센터 강좌 등을 통해 펫티켓 교육이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우리 모두 더불어 둥글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