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성공패키지 덕에 새로운 인생 시작 

공돈 30만 원이 생긴다. 직장인으로 산 지 석달이 지나 취업성공수당을 받는 것이다. 이 돈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 감사의 글을 먼저 쓰자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대학교에서 국문과를 졸업하고, 한 때 방송작가 생활을 했다. 어쩌다 2주 휴가를 얻어 여행길에 올랐는데, 갑자기 잊었던 꿈이 떠올랐다. 여행에서 돌아와 나는 당당히 회사를 나왔다. 이후 1년간 꿈을 좇았는데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었다. 갑자기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아버지 혼자 네 식구를 먹여 살리게 됐다. 문득 막막해졌다.

체계적인 절차를 거치는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

내가 취업성공패키지를 알게 된 건 그 전이었다. 교회 언니가 정부지원제도 중 좋은 것이 있다며 알려줬다. 나는 서울 10위권 대학을 졸업한 학생이라는 자부심에, 혹은 상담까지 받아야 하는 신세에 대한 당혹감에 고용센터를 방문하기가 꺼려졌다. 그러나 턱 밑까지 차오른 막막함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북부고용지원센터를 찾게 됐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내가 했던 선택 중 열손가락 안에 꼽을 만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고용센터 덕에 편집디자인 학원을 다니면서 포토샵·인디자인을 배웠는데, 그 때 못 배웠으면 평생 후회했을 것이다. 마치 스마트폰 사용 전의 삶과 사용 후의 삶이 바뀌듯, 직장생활의 질이 바뀌었다.

집단 상담 시 작성했던 ‘나의 자랑스러운 순간’.

필자가 취업성공패키지를 하면서 가장 고마웠던 것은 상담사들의 열정적인 도움이었다. 고용센터를 찾아가 처음 만났던 상담사는 나를 마치 딸처럼 생각해줬다.

상담사의 아들 역시 나와 같은 꿈을 꾸고 있었기 때문에, 상담사는 마치 아들 대하듯 내게 많은 도움을 줬다. 상담사는 내가 신청서를 작성해야 할 기간 등 여러 가지를 잊어버릴 때마다 친절히 알려줬고, 바른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가끔은 그 조언에 가슴이 아픈 적도 있었지만, 그 조언이 많은 것을 변하게 했다. 

상담사가 했던 조언 중 하나는 “심리 상담을 받아보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내가 그렇게까지 심리적으로 불안한 건가 생각하면서 고용센터 위층에 마련된 심리상담센터를 찾아갔다. 심리상담사는 내 인생 전체를 돌아보게 해줬고, 살면서 받아온 많은 상처들을 차곡차곡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심리상담사가 해줬던 말 중에 가장 눈물이 났던 건 “네 탓이 아니다.”라는 말이었다. 나는 이 모든 일이 이렇게 된 데는 ‘내 탓’이라는 자책감이 심했다. 그러나 심리상담 선생님의 한 마디가 모든 자책감에서 벗어나, 다시 한 번 노력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후 나는 열심히 꿈을 키우면서 취업 준비를 했다.  

학원 기간이 종료하자, 상담사는 내게 많은 회사들을 연결시켜줬다. 그런데 나는 교육받은 과목으로 취업을 하는 게 무서워졌다. 평생 편집 디자이너로 일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취업희망 직군을 바꿨는데, 상담사는 이를 이해해주고 원하는 직군의 회사들을 연결시켜줬다.  

취업성공패키지 이후 직장을 얻게 됐다.

지금 내가 일하는 곳은 여행전문사이트 여비닷컴의 자회사인 여행전문매체 ‘티티엘뉴스(TtLnews)’다. 작은 인터넷신문사여서 상담사도 부모님도 아쉬워했다. 그러나 내가 정말 원했던 곳에 취업했다는 기쁨이 있었다. 여행기자라는 직업과 ‘생명을 살리겠다’는 회사의 비전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티티엘뉴스의 발행인인 (주)여심은 정부 지원을 받은 벤처기업으로 시작했다. 정부의 지원이 속속들이 내 삶을 돕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취업은 ‘행복 끝, 불행 시작’이라는 말이 있다. 친구들은 “이제 노는 건 다 끝났다.”고 으름장을 놨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부터 발로 뛰어서 출입처를 만드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게다가 ‘인터넷신문법’이 바뀌어 5명 이하의 인터넷 신문사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마음만은 기쁘다. 신입 3개월 차, 정말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이렇게 지금의 자리에 있게된 뒤안에 고마운 정부의 정책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아마도 많은 정책의 수혜를 받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지금, 내가 받은 정책의 수혜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이 순간이 정말이지 고마울 따름이다. 

공감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