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이야기할머니 사업, 전통적인 무릎교육으로 인성교육 함양에 촉매제 

12월 10일, 대전광역시 신탄진동의 해나라 유치원 원아들은 1년간 매주 방문해 동화를 들려줬던 이야기할머니와 아쉬운 작별을 했다.

“할머니 내년에 꼭 다시 오실 거죠?”

아이들은 눈물 가득 머금은 눈으로 정성 가득 담은 편지를 전달하고 단체사진을 찍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경상북도 밀양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도 마지막 수업이 있었다. 어린이들은 할머니께 큰절을 올리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내년에 꼭 다시 오라며 눈물을 흘리는 어린이도 있었다. 10개월 간, 마치 친할머니처럼 따스하게 안아주며 정다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를 떠나보내는 어린이들의 서운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란 

대가족 형태가 대부분이었던 예전에는 가정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들과 함께 살면서 긴 세월 삶의 경험에서 얻은 지혜를 수시로 들려주었다. 무릎 위에 손주를 앉히고 다정하게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아름다운 전통이 있었다. 지금은 조손이 함께 사는 가정을 찾아보기 어렵고, 게다가 부모의 경제 활동 증가로 가정은 더 이상 유아기 인성교육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다. 전통적인 인성교육이 사라진 자리에 TV, 인터넷 등 선정적인 문화가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2009년부터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을 시작했다. 풍부한 사회 경험과 연륜을 가지고 있는 할머니들이 교육기관으로 직접 찾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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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된 이야기할머니는 1년간 신규 및 심화교육을 통해 소양과 지식을 쌓은 후 전국의 유아교육기관에 파견된다.

2009년 첫 해 대구, 경북 지역에서 1기 30명의 이야기할머니를 선발해 교육을 하고, 교재를 제작해 2010년 76개 유아교육기관에 파견을 한 것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첫 해의 성과가 좋아 전국으로 사업이 확대돼 2015년에는 1기부터 6기까지 권역별로 2092명이 전국 6008개 유아교육기관에 파견돼 활동했고, 7기로 신규 선발돼 교육을 마친 700명도 활동을 준비하고 있어 2016년도에는 총 2700명의 이야기 할머니가 활동할 예정이다.

이야기할머니 선발 경쟁률도 해마다 치열해지고 있다. 만 56세 이상 70세 이하의 지식과 인성 기본 소양을 갖춘 분, 자원봉사자로서의 의지와 사명감이 높은 분, 건강하고 이야기활동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높은 분이 선발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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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에 선발돼 2012년부터 대전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영자 씨는 이야기할머니 사업이 널리 알려지면서 방송에도 출연한 베테랑 이야기할머니이다.

2011년 3기로 선발돼 대전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영자(68) 할머니. 할머니라기엔 너무 젊고 청아한 목소리에 활기찬 모습이다. 신문에 게재된 모집공고를 보고 도전했는데 덜컥 합격이 되었단다. 1년 간 열심히 교육에 참여했고, 이듬해인 2012년부터 파견활동을 했으니 벌써 4년차 베테랑이다. 대전 시내 3곳의 유치원을 매주 방문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야기할머니 방문에 처음에는 서먹해하던 아이들이 2~3개월이 지나면 먼저 달려와 안기곤 한단다. 방학이 되어 마지막 수업을 한 후면 아쉬운 마음에 울면서 “가지 마세요. 우리집에 가세요.” 하며 안기는 아이들도 있어 더욱 사명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할머니 활동을 하니까 인생에 큰 활력소가 되나 봐요. 주변 친구들이 어떻게 하면 이야기할머니를 할 수 있냐며, 제 얼굴에서 광채가 난다고 해요.”

해가 갈수록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는 일이 행복하고 몸도 마음도 젊어지는 것을 느끼고 있어 내년에도, 이후에도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더욱 왕성하게 활동할 계획이라고.

이야기할머니와 교육기관, 교사, 학부모 모두 이야기할머니 사업에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이야기할머니가 방문해 활동했던 유치원 및 유아교육기관의 교사와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높다. 지난 2014년 10월부터 2015년 1월까지, 기관장과 교사,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아의 언어발달과 정서발달, 인성함양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이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2015년 이야기할머니 방문수업을 마감하면서 경상북도 포항 고려유치원의 한 교사는 “아이들이 수요일 아침이면 할머니 오는 날이라며 반갑게 등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이야기할머니 사업에 감사를 표했다.

마지막 수업 후 어린이들이 손수 써서 건넨 감사편지.

이 사업을 주관하는 (재)한국국학진흥원 이용두 원장은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이 정착기를 넘어 안정기로 접어들고 있어 할머니 총수를 3000명 선에서 안정화시켜 나갈 계획이라며, 이에 따라 신규양성의 경우도 권역별로 편차가 있는 점을 고려하여 내년부터는 전국을 단위로 하지 않고 활동하고 있는 이야기할머니가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민족적 정서가 녹아 있는 우리 이야기를 발굴하여 보급하는 일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활동하는 이야기할머니, 파견혜택을 받는 유아교육기관이 전통에 바탕을 둔 인성교육을 실현하며 상생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야기할머니들은 손자 세대에게 단순히 이야기만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서 우리의 전통적인 무릎교육 효과를 거두어왔다. 조손 세대 간의 문화적 단절을 극복하고 우리 사회의 문화적 정체성을 나누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교훈적인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줌으로써 정신적 감화뿐만 아니라 이웃의 선행과 전통문화에 대한 긍정적 관심을 유도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각박한 세상, 이야기할머니가 그 각박함을 조금은 누그러뜨리는 촉매제가 되길 바라본다. 

공감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