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육상연맹에 1000만원 기탁



지난해 6월18일 오후, 전북 완주군 삼례초등학교에서 육상 지도교사로 근무했던 백정선 교사(당시 55세·사진)가 자택인 전주시내 한 아파트 앞 횡단보도에 들어섰다. 남편으로부터 걸려온 “세 딸이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오라”는 전화를 막 끊고 나서였다. 그때 횡단보도를 향해 질주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백 교사를 순식간에 덮쳤다. 백 교사는 아스팔트 위에 내팽개쳐졌다.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백 교사는 3차례 뇌 봉합수술을 받았다. 자매처럼 지내던 세 딸과 남편을 놓지 못해 일주일간 사투를 벌인 그는 끝내 가족들의 곁을 떠났다. 가족은 한 달 뒤 해외여행을 예약해둔 상태였다.

경찰에 체포된 운전자는 알코올 수치 측정 결과 운전면허 취소기준을 훨씬 초과한 0.194%의 만취 상태였다. 당시 목격자 박모씨는 “사고 차량이 과속으로 달리다 횡단보도를 건너오던 행인을 친 뒤에야 멈춰 섰다”며 “달려가 보니 운전자는 만취 상태였다”고 전했다. 백 교사의 빈소에는 수많은 동료 교사와 제자들이 찾아와 평소 그가 베풀었던 ‘사랑의 흔적’을 얘기하며 오열했다.

1년이 흘렀다. 1주기 추도식을 마친 고인의 유족은 7일 전북도육상연맹을 찾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며 1000만원을 기탁했다. 유족들은 평소 백 교사의 육상 사랑 정신을 후대에 전하기로 하고 장학금을 보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아내와 엄마를 잃은 슬픔이 크지만 제자 사랑 정신을 실천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고인은 30년 이상 도내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동안 육상부 지도교사를 맡아 침체돼가는 육상을 발전시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다. 온화한 성품으로 선수들의 유니폼을 직접 세탁해 입히는 등 제자들을 친자식처럼 아껴온 참스승이었다.

남편 김창종씨(61)는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아내가 곁에 서 있는 것 같다”며 “아직도 만취운전 사고가 근절되지 않는 것을 보면 치가 떨린다”고 했다. 육상연맹 관계자는 “백 교사의 유지를 받들어 매년 치러지는 육상인의 밤에 ‘백정선 장학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