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올해의 장애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지원씨. 충남도 제공

지적장애를 딛고 국내외에서 우리 민요를 알리고 있는 20대 소리꾼이 ‘올해의 장애인상’을 받는다.

충남도는 공주에 거주하며 천안 나사렛대 음악목회학과에 재학 중인 이지원씨(20·지적장애 3급)가 보건복지부 주최 제24회 올해의 장애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23일 밝혔다.

올해의 장애인상은 사회 각 분야에서 장애인 인권 향상, 장애인 복지 등에 기여한 사람에게 대통령상과 상금을 수여하는 국내 장애인 분야 최고 권위의 상이다.

심장질환인 대동맥협착증을 안고 태어난 이씨는 2001년 중증지적장애 판정을 받았다. 이씨는 장애로 걸음이나 언어, 신체 발달 등이 또래에 비해 현저하게 늦었다. 하지만 이씨의 부모는 이씨가 음악을 유난히 좋아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울고 있을 때 음악을 들려주면 울음을 그쳤고, 길을 걷다가 좋은 음악이 나오면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듣는 것이었다.

이씨 부모는 음악을 좋아하는 이씨를 초등학교 1학년 때 집 근처에 있는 박동진판소리전수관에 보냈다. 악보를 볼 수 없는 것을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이씨는 판소리의 긴 음과 가사를 한 번 듣고 바로 외우는 재능을 보였다. 판소리 교사도 “이씨가 절대음감을 갖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씨는 중학교에 진학한 뒤 판소리 대신 흥이 많은 경기민요로 전공을 바꿨다.

공주여고 특수반에 진학한 뒤로는 장애인대회에 참가하며 본격적인 장애예술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씨는 장애인단체와 노인복지센터, 특수학교 등 어려운 이웃들을 대상으로 재능기부 공연을 펼쳤다. TV·라디오 프로그램 등에서도 공연을 통해 많은 장애인 등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했다. 일본, 태국, 몽골, 오스트리아 등 해외에서도 많은 공연을 진행했다. 그는 소리꾼으로 활동해 온 10년 동안 100여개의 상을 받았고, 350회가 넘는 공연을 펼쳤다.

이씨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4일 서울 63컨벤션센터에서 올해의 장애인상을 수상한다. 충남에서 올해의 장애인상을 받는 건 이씨가 처음이다.

이씨의 꿈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창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씨의 어머니 곽진숙씨(48)는 “평소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명창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며 “딸아이가 좋아하는 민요를 열심히 해서 많은 사람에게 행복과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