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 생신’ 아버지 성종기, 어머니 강정순

63년 전 어느 날, 당신들의 여정은 시작됐습니다. 고달픈 현실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은 당신들은 ‘조금만 더’라며 가슴에 스스로 굴레를 씌우고 안개와 같은 불안들을 참아내고 걷어내며 여정을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어느새 여기까지 와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니 그동안 불안한 심장을 움켜쥐고 뛰어오셨을 당신들의 모습에 가슴이 아려옵니다.

이 세상 어느 누가 잠도, 쉼도 잊으며 아픔도, 피곤함도 다 잊고 오로지 자식들만을 위하겠습니까? 그것은 부모라는 가시관을 쓰지 않고서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부모님 슬하에서 자식들은 마냥 어리고 부족하기만 한데, 부모로서 소임을 다 할 때쯤 우리 자식들은 마치 저절로 장성한 것처럼 때로는 당신들을 어리석다 할 때도 있습니다. 자식 잃은 슬픔에 원숭이의 창자가 다 녹아 끊어졌다는 ‘모원단장(母猿斷腸)’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지요. 지난날 ‘단장의 미아리 고개’를 애끊듯 부르시던 어머니 모습이 생각납니다. 어머니 생각만 해도 따뜻하고 든든했습니다.

63년이란 시간이 참 길었지요. 그러나 우리가 그간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었던 이유는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의 눈길을 생각하면 도저히 곁길로 나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해야 하는 일이 자식을 위한 희생만은 아닐진대, 지나간 시간도 모자라 아직도 자식들을 등에 업고 짐을 덜어 주며 아픔을 감내하시는 당신들의 모습을 자식들은 부모 사랑이라 당연한 듯 여기고, 모른 척 눈을 감을 때가 있습니다.

언젠가 부모를 잃은 슬픔에 위로조차 들리지 않을 때가 있겠지만, 저희는 이제야 부모님의 여정을 조금이나마 생각하며 잠시 멈춰 서서 바라봅니다. 부모님 사랑의 눈길이 닿는 곳마다 아롱다롱 활짝 꽃 피고 우리 팔 남매, 부모님의 살과 피로 엮어져 튼실히 짜였음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하고, 고맙고, 죄스럽고, 그리고 사랑합니다. 우리의 부모가 돼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의 고향 되신 부모님! 팔 남매 대표로 셋째딸 드립니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