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코로나 확진자 3명 나왔지만…슬기롭게 극복한 아파트 주민들

경기 연천군 연천전곡코아루더클래스아파트 커뮤니티위원회 회원들이 아파트 단지 내 봉사활동을 마치고 사진촬영을 했다. 아래 사진은 코로나19 검사 후 관리사무소에서 격리된 김용현 기전대리가 아파트 주민에게 제공받은 식사. 용기 뚜껑에 마음을 담아 쓴 글이 보인다(아래 작은사진). 주민 제공

아파트 내 봉사단체 주민 29명
관리소장 확진·직원은 격리되자
대신 지하실·놀이터 등 소독 관리
격리 2주간 밑반찬 등 식사 나눔도

입주민에 이어 관리소장이 연이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도의 한 아파트가 큰 혼란 없이 위기를 이겨냈다. 관리사무소, 입주자 대표회의, 아파트 내 봉사 단체까지 합심한 덕분이다.

경기 연천군 연천전곡코아루더클래스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인 황보화석씨(58)는 지난 8월21일 입주민 2명에 이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입원했다. 함께 일한 관리사무소 직원, 소장과 만난 입주민 대표들이 2주간 격리될 상황에 놓였다. 수도·전기 공급 등 아파트에 꼭 필요한 업무에 공백이 생길까 우려한 관리사무소 기계·전기 담당 직원 김용현씨(53)는 군청 역학조사관에게 집이 아닌 사무실에서 격리를 할 수 있냐고 물었다. 김씨의 사무실 격리가 확정되자 아파트 주민들이 나섰다. 김씨가 격리돼 있어 할 수 없는 관리사무소 업무를 직접 챙겼다. 생활 방역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김씨에게 갓 지은 밥과 반찬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김씨는 “제가 격리돼 있는 상태라 움직이지 못하니 시설물에 일이 생겼다고 말씀을 드리면 커뮤니티위원회에서 대신 움직여주셨다”며 “격리된 2주간 주민분들이 직접 만든 밑반찬부터 부침개, 김밥, 생선구이까지 가져다주셨다”고 말했다.

커뮤니티위원회는 지난 7월 만들어진 아파트 내 봉사 단체다. 관리사무소에서 신경 쓰기 어려운 아파트 내 잡초 제거를 함께한 일을 계기로 두 달 만에 29명이 모였다.

최익창 커뮤니티위원회 위원장(38)은 “집에서 격리해도 힘들다고 하는데 (김씨가) 지하 사무실에 혼자 계시며 업무를 보신다고 하니 도와드린 것뿐”이라며 “저희도 집에서 밥을 해먹으니까 매일 주민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하며 밥, 반찬, 과일을 십시일반으로 모아서 드렸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입주민의 혼란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생활 방역에 나서기도 했다. 위원들은 아파트 지하실, 놀이터, 출입문 손잡이, 엘리베이터 등을 소독하고 관리했다. 최 위원장은 “위원회가 30~40대를 주축으로 구성돼 있다보니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의 자녀가 있는 경우가 많다. 감염이 걱정될 텐데도 방역에 열심히 동참해주셨다”고 말했다.

관리소장이 입원하고 직원이 격리돼 있는 상황에서 아파트는 태풍 상황을 마주하기도 했다. 지난 8월 말 태풍 마이삭이 북상한다는 소식을 들은 입주자 대표회의는 입원 중인 관리소장과 소통해 대비 방안을 만들어냈다.

관리소장은 직원 김씨에게 ‘태풍 시 주의사항’ 안내문을 작성토록 했다. 김씨는 커뮤니티위원회에 연락했다. 커뮤니티 위원들이 엘리베이터마다 안내문을 붙였다. 다행히 태풍은 큰 피해를 남기지 않고 지나갔다.

최 위원장은 “기삿거리가 아니다”라며 “어느 아파트든 이 정도는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일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52)도 “코로나19 상황으로 불안한 것도 있지만 관리사무소 직원분들이 아파트 주민들을 위해 애써주시는 마음을 보고는 정이 가서 그렇게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황보 소장은 “내가 입원해 있고 직원 김용현씨가 격리돼 있는 동안 어떤 불만 사항이나 민원도 없었다”며 “입주민들께서 차분히 대처하며 퇴원을 기다려주신 덕분에 쾌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에서 황보 소장을 감염원으로 한 추가 감염은 발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