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속 멘토’ 이만용 국장

지금까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마음속 멘토로 여겼던, 퇴직한 국장님 한 분이 계신다. 좋아는 하지만 존경할 정도로 영향을 주는 상사를 만나기는 쉽지 않은데, 나는 국장님을 존경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가 찾아가도, 아무리 바빠도 여유롭게 시간을 내주신다.

한 번은 질문을 던졌다. “국장님 많은 이에게 시간을 내주셔서 국장님 일은 못 하시는 것 아니세요?” “임 과장, 나는 남들이 열 시간 할 일을 한 시간이면 끝내서 남는 시간을 직원과 나눌 수 있는 거야. 일을 빨리 처리하는 데 좋은 방법은 자기계발이야. 독서, 영어, 컴퓨터를 열심히 공부하고 닦으면 일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전혀 상관없는 영역 같지만 내가 하는 일을 융합시켜 창조적인 일이 만들어지지. 이것이 남보다 앞서가는 비결인 것 같아.”

국장님은 과거 과장 승진 후 매일 아침 근무 두 시간 전 NHK, AFKN 방송을 10여 년간 청취하며 외국어를 독학했다고 한다. 내게 외국어 공부를 하는 이유를 설명해준 기억이 있다. “듣고 말하는 능력이 향상되는 건 물론,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의 원서를 읽으면 시대 흐름을 읽어내는 감각과 역량이 좋아져. 그래서 공부했던 거야.”

스마트폰이 시중에 처음으로 선보인 지 얼마 안 돼 국장님은 스마트폰을 자랑삼아 나에게 보여 주면서 이런저런 기능을 설명해 주셨다. 월마다 회사 부서별 실적 진행 사항에 대한 발표를 하는데 임원들이 날카롭고 비판된 시각으로 질문하곤 했다. 당시 국장님은 스마트폰을 들고 나가 질문 예상 키워드와 내용을 입력한 후 어떠한 질문에도 막힘없이 명쾌하게 답변해 임원들에게 호평을 받곤 했다. 누구보다도 빠르게 익힌 스마트폰 사용 덕분이라고 지금도 이야기하신다.

국장님은 과장 시절 직원 모두에게 항상 주문하셨다. 퇴근하면 집에 가서 집안일 도와주든지, 취미와 자기계발을 하라고. 일은 선택과 집중을 하면 누구든 제시간에 끝낼 수 있다며 지금의 트렌드인 워라밸을 2004년도부터 직원들에게 심어 주셨다.

딸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을 즈음 뜬금없이 국장님으로부터 메일이 왔다. “품 안에 자식이라고 조금 있으면 부모에게서 마음으로나 육체적으로 조금씩 멀어질 거라네. 자녀와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노력하게.” 국장님의 조언은 소소하지만 중요한 이정표가 돼 난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여행만큼 좋은 추억거리가 없겠지. 내 딸이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동남아 여행을 마스터하자.’ 그해 필리핀 세부 여행을 시작으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가족 여행을 했고 우리 가정의 행복으로 이어지고 있다.

67세가 되신 국장님은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을 갖고 음악다방 DJ를 하시며, 기타를 어깨에 둘러메고 열심히 배우러 다니신다. 국장님은 끊임없는 호기심과 설렘의 삶을 사신다. 나는 이분을 좋아하고 존경한다. 임형빈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