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 결식위험 아동에 '쿡n쑥쑥 프로그램'
"라면 안 먹어도 돼 기뻐…요리사 꿈 생겼어요"

지난 28일 오후 광주 서구 광천동 월드비전 무진종합사회복지관 '쿡n쑥쑥' 프로그램 참가 학생들이 꼬마 김밥을 만들고 있다. 2021.5.31/뉴스1

"학원 가기 전에 혼자 맨날 '짜장라면' 먹었어요! 근데 이제 꼬마김밥 만들어서 엄마 도시락도 챙겨줄래요!"

지난 28일 오후 4시. 광주 서구 광천동 월드비전 무진종합사회복지관 건물에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맴돌고 있다. 이 향긋한 냄새의 근원을 찾아 강당으로 들어서자 주황색 빵모자와 앞치마를 맨 아이들 10여 명이 손에 비닐장갑을 끼워주는 모습이 보인다.

제법 요리사 태가 나는 이 아이들은 5회차에 접어든 '월드비전 쿡n쑥쑥' 프로그램 참가자들. 아이들은 익숙하게 서로에게 안부를 묻곤 차례로 줄을 서 손을 쓱싹쓱싹 씻고 제자리로 간다.

월드 비전 '쿡n쑥쑥'은 결식 위험이 높은 가정의 아동과 보호자에게 체계적인 영양, 요리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아동이 스스로 영양식품을 선택해 섭취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무진종합사회복지관은 초등학교 고학년(4~6학년)을 대상으로 9회차에 걸쳐 매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오늘의 수업주제는 '내 몸의 건강한 균형 <비만>'. 김경남 바른식습관연구소 광주전남지부장의 진행으로 수업이 시작된다.

김 지부장은 마치 성탄절 산타클로스의 모습처럼 부직포 가방을 하나둘 아이들에게 나눠준다.

"오늘의 메뉴는 꼬마김밥, 어묵꼬지, 멸치볶음이야. 가방 안에 육수주머니, 완성된 멸치볶음이랑 김치볶음 들어 있고 너희 평소에 집에서 쓸 수 있게 재료로 손질된 당근, 오이, 어묵, 김 한 봉지도 넣어 놨어."

구현동화하듯 카랑카랑한 김경남 지부장의 목소리에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집중한다. 식탁 위에는 식재료와 완성품이 놓여있고 입을 '헤' 벌린 아이들은 그에 관심을 갖는다.

이어 이론수업이 시작된다. 건강체중이 무엇인지, 체중조절을 위한 음식은 무엇인지…. 요리를 한 뒤 뒷정리를 하는 방법까지 가르친다.

뒤이어 레시피 설명과 함께 실습이 시작된다. 아이들은 작은 고사리손으로 어묵을 꼬지에 끼우고, 알록달록 재료를 넣어 꼬마김밥을 개성대로 만들어 낸다.

지난 28일 오후 광주 서구 광천동 월드비전 무진종합사회복지관 '쿡n쑥쑥' 프로그램을 김경남 바른식습관연구소 광주전남지부장이 진행하고 있다. 2021.5.31/뉴스1

이날 수업에 참여한 이진솔양(12)은 "김밥이 이렇게 쉽고 재밌는 요리인 줄 몰랐다. 재료만 있다면 자주 해 먹고 싶다"라며 "지난번 수업 때 팬 케이크를 배운 뒤 자주 만들어 먹었다. 쿡n쑥쑥 수업에서 다양한 요리를 배울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강생 이신영양(11)은 "평소 집에서 빵이랑 과자, 달걀을 삶아 먹고 신경 써서 먹는 날은 그나마 '짜장라면'을 해 먹는다"며 "이제는 제대로 된 요리를 해 먹으면 좋겠다. 꼬마김밥을 엄마 도시락으로 챙겨주고 싶다"고 대견하게 말했다.

이어 "월드비전 쿡n쑥쑥에 다니며 요리가 재밌고 요리사가 되고 싶어졌다. 다음번에는 떡볶이 만드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덧붙였다.

요리를 마친 아이들은 비닐장갑을 벗은 뒤 익숙하게 뒷정리를 스스로 해낸다. 먹을 수 있는 재료는 입으로 쏙. 한 남학생이 "버리기 아깝잖아요"하고 머쓱하게 웃어 보이기도 했다.

월드비전 무진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는 "프로그램은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고 있는 저소득 가정 아이들의 결식문제를 이해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건강한 영양 섭취에 대한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양교육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배웠던 것을 집에서 보호자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재료 꾸러미도 제공한다"며 "아이들이 건강한 먹거리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주체적인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뉴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