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국화 KBS 앵커는 2020 도쿄패럴림픽 뉴스를 전한 국내 최초의 장애인 앵커다. 지난 3월 제6기 장애인 앵커로 뽑힌 그는 평일 정오 방송되는 '뉴스12'에서 '최국화의 생활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제32회 도쿄 비장애인 올림픽, KBS의 모든 중계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지난달 8일 2020 도쿄올림픽 폐막식을 중계한 이재후 KBS 아나운서의 마지막 인사말이다. 장애인의 맞은편에 '일반인'이나 '정상인'이 아닌 비장애인을 두면서 화제가 된 그의 말대로, 이날 막을 내린 건 비장애인 올림픽이었다. 그로부터 열엿새 후인 24일 일본 도쿄 신주쿠의 올림픽 스타디움에는 다시 한번 도쿄패럴림픽의 성화가 피어 올랐다.

"올림픽이 끝나면 모든 경기가 끝이라고 생각하잖아요. 패럴림픽은 올림픽과 이름만 다를 뿐 마찬가지로 세계인의 축제인데 오랫동안 소외돼 왔죠. '우리에겐 또 하나의 축제가 남아 있다'고 한 이재후 아나운서의 언급은 장애 당사자 입장에서도 너무 놀랍고, 기분 좋은 얘기였어요." 휠체어를 탄 최국화(40) KBS 앵커가 말했다. 지난 5일 도쿄패럴림픽이 폐막하기까지 그는 출전 선수 못지않은 큰 관심을 샀다. KBS 메인 뉴스인 '뉴스9'에서 패럴림픽 소식을 전하면서다. 그는 패럴림픽 뉴스를 전달한 국내 최초의 장애인 앵커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만난 최 앵커는 "휠체어를 탄 모습이 TV에 나와도 전혀 이상하거나 어색하지 않도록 장애·비장애를 구분하지 않는 인식 개선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선수들에게 패럴림픽이 꿈의 무대이듯 제게도 9시 뉴스가 그랬다"면서 "장애인 앵커로서 잘해내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컸다"고도 털어놨다. 실제로 TV를 통해 그의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됐다는 시청자 후기가 줄을 이었다.

최근 13일간 2020 도쿄패럴림픽 소식을 전한 최국화 앵커의 입술 위에는 하얀 포진이 앉아 있었다. 그는 "2주간 너무 긴장을 한 모양"이라며 "패럴림픽이 끝나자마자 바로 이렇게 몸이 반응을 하더라"고 말했다. 이한호 기자그는 지난 3월 선발된 KBS의 제6기 장애인 앵커다. KBS는 2011년부터 2년마다 장애인 앵커를 1명씩 뽑고 있다. 최 앵커는 평일 정오 방송되는 '뉴스12'에서 '최국화의 생활뉴스'를 진행한다. 5분의 생방송 뉴스를 위해 그는 "앵커멘트를 더 잘 쓰고 싶어 하루에 수십 번을 써보고, 제가 한 뉴스를 100번은 돌려본다"고 했다. 오전 6시 방송하는 '뉴스광장'부터 오후 11시 30분 '뉴스라인'까지 KBS의 뉴스 프로그램은 빠짐없이 챙겨볼 정도다.

오전 10시 출근인데도 항상 오전 8시 30분이면 보도국에 도착한다는 그는 출퇴근 시간을 아끼려 KBS와 15분 거리로 이사했을 만큼 열성적이다. 기존 프로그램에 패럴림픽 뉴스까지 맡게 되면서는 최근 2주간 하루에 2~3시간 자는 강행군을 했다. 그럼에도 "'패럴림픽이 이렇게 재미있는 스포츠라는 걸 방송 덕분에 알게 됐다'는 반응에 피곤한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최국화 앵커는 "장애·비장애를 구분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거듭 말했다. 이한호 기자"저 역시 스포츠에 도전한 선수들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어요. 특히 한국 태권도 사상 첫 패럴림픽 메달리스트가 된 주정훈 선수의 이야기가 크게 남아요. 내가 가지고 있는 신체가 남과 다르다는 것 때문에 사람들에게 동정의 대상이 되는 게 아니라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동경의 대상이 되겠다는 그 메시지요. 제가 항상 품고 있던 마음과 비슷했거든요." 그러면서 "장애가 동정 혹은 시혜의 대상이거나 극복하고 인간 승리의 진한 감동을 주는 것으로 비치는 건 원치 않는다"고도 강조했다. 그저 장애·비장애의 구분이 무용한 세상이 오길 바랄 뿐이다.

최 앵커는 2006년 중국 유학 중 계단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겪었다. "움직이지 않는 다리"와 "남들보다 낮은 눈높이에 앉아 있는" 모습에 절망했지만 가족들의 지지로 2년 만에 사회로 복귀할 수 있었다. 이후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을 하는 강사로 쭉 활동하다 KBS 앵커 모집 공고를 본 게 전환점이 됐다. "나이 마흔에 이런 큰 무대에 도전하려니 두려움과 주춤하는 마음이 앞섰죠. 그래도 용기를 냈더니 패럴림픽 뉴스까지 하게 됐잖아요. 저를 보고 많은 장애인들이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결실을 맺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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