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명당 자살자 27.3명→20명 목표…자살 시도자 자살률 일반인의 25배

병원 응급실 중심으로 자살 위험자 관리…자살방지 캠페인 진행

자살은 개인과 가족에게 큰 비극이고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고서를 보면 자살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은 연간 6조4천769억원이나 된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인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5년간 종합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매년 증가해 2011년 30명(31.7명)을 넘어선 뒤 점차 감소해 작년 10만명당 27.3명까지 줄었는데, 이를 2020년까지 20명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다.

◇ 자살위험 동네의원에서 조기에 잡아라

자살방지 5개년 종합대책의 핵심은 동네의 정신건강의학과(정신과) 진료를 받을 때 생기는 부담을 줄여서 조기에 자살위험을 없애는 데 있다.

2011년 정신질환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24.7%는 불안, 기분장애, 알코올 사용장애, 정신병적 장애 등 정신질환을 평생 한 번 이상 앓은 적(정신질환 평생유병률)이 있다.

그렇지만 정신건강 문제를 발견한 후 치료까지는 평균적으로 1.6년(84주)이나 걸렸다. 주위에 정신건강의학과(정신과) 병의원이 쉽게 눈에 띄지도 않고 큰 병원을 방문하기는 부담스러워 문제가 있어도 참으며 병을 키우는 것이다.

종합대책에 따르면 내년부터 정신과 전문이 아닌 동네의 내과, 가정의학과에서도 우울, 불안 등 정신과 문제를 진료할 수 있게 된다. 동네의원에 우울증 검사 도구를 보급하고 진료 지침을 마련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만약 동네의원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정신과 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료기관이나 각 지역의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더 체계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정신건강증진센터는 상담 치료를 해주는 마음건강 주치의(정신과 의사)가 단계적으로 배치된다.

◇ 자살 시도자 자살률 25배↑…응급실서 자살관리 '집중'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정신건강 관련 사업 예산으로 올해(453억원)보다 8.2% 많은 490억원을 배정했다.

예산 증액을 통해 특히 응급실을 기반으로 한 자살 고위험자 집중 관리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병원 응급실에 정신보건 전문요원인 '사례관리사'를 배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데, 지원 대상을 올해 25곳에서 내년 40곳으로 크게 늘린다. 관련 예산만 12억원이 늘어난 33억원이다.

정부가 자살 고위험자 관리에 힘을 주는 것은 한번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사람은 실제 자살할 확률이 특히 높기 때문이다. 자살 시도자의 자살위험은 일반인보다 25배나 높다. 사례관리사는 응급실과 정신과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한편 관련된 보건복지 서비스를 소개해 다시 자살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돕는다.

각 지자체가 제안하는 자살예방사업에 예산을 지원해 지역 기반의 자살예방사업을 돕는 정책도 처음 시행한다.

지역별로 자살률 편차가 크고, 자살률이 높은 이유 역시 달라서 자살률을 줄이는데 지역 맞춤형 대책이 도움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지자체 2곳에 1억원씩 모두 2억원을 지원한다.

전국 209곳에 설치된 정신건강증진센터는 225곳으로 늘린다. 사실상 전국 모든 지자체에 들어서서 조기에 정신건강 이상을 발견하고 치료를 돕게 된다.

◇ 자살 언급 않고 "괜찮니?" 생명존중 캠페인

복지부는 최근 '괜찮니'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시작했다. 직접 자살을 언급하지 않는 대신 '괜찮니'라는 친근한 인사말로 자살 예방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생명존중 문화를 확산하겠다는 의도다.

또 손글씨 엽서를 전달하는 '우체통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안부 인사를 동영상으로 전달하는 '에어 키스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유명인사 중에서는 아이돌그룹 블락비의 지코를 비롯해, 손봉호 기아대책 이사장, 강지원 변호사, 축구선수 이천수 등이 이벤트에 참여했다.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을 지목한 뒤 안부 인사를 전하고 공중에 키스 세리모니(에어키스)를 날리는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 된다.

자살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유도하는 전국 릴레이 '괜찮니 플래시몹'을 제작하는 이벤트도 벌이고 있다. 거리나 광장 등에서 서로에게 희망을 북돋우는 노래와 댄스를 함께하는 방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자살률이 높은 다른 나라의 경우 자살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것이 자살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됐다"며 "자살 예방에는 주변인의 관심과 도움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