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사장 정태환씨 아름다운 선행서울 성북구 삼양로 ‘한술식당’ 사장 정태환씨. 류인하 기자

‘길음청년창업거리’ 덮밥가게 운영
“자치구 지원으로 빨리 자리 잡았죠
혜택 다른 이들에게도 전해 주고파”
선별검사소 등 도시락 나눔 이어가

16일 낮 12시가 되기 전부터 가게 안은 식사하러 온 손님들로 가득 찼다. 재료 준비에 한창이던 사장 정태환씨(27)와 직원들의 손이 분주해졌다. 서울 성북구 삼양로 ‘길음청년창업거리’에 위치한 ‘한술식당’의 주메뉴는 덮밥이다.

한술식당이 이곳에 자리 잡은 지 1년1개월, 그사이 입소문이 나면서 이 일대에서는 꽤 장사가 잘되는 곳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성인 남성 한 명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넉넉한 양이 장점이다. 정씨는 “20대 초반까지 힘든 일이 많았는데 당시 식당에서 푸짐하게 음식을 먹었던 기억이 없었다”면서 “국밥을 시켜도 고기는 거의 없고 밥과 국물로 허기를 채운 적이 많아 우리 식당에서는 손님들에게 일부러 더 많이 드린다”고 말했다.

정씨는 바쁜 와중에도 꾸준히 도시락 나눔사업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성공하면 많은 곳에 기부해야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살다보니 제가 성공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릴 것 같더라고요. 성공한 뒤에 기부하면 늦겠다 싶어서 여유가 될 때마다 조금씩 해보자는 생각으로 기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지난 9월 길음역 임시선별검사소 의료진과 직원들에게 덮밥 20그릇을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매달 결식아동, 선별진료소 등에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5일에도 성북보건소 의료진에게 덮밥 20그릇을 전달했다. 오는 24일 결식아동들을 위한 덮밥나눔을 하면 그가 올해 목표로 세운 100그릇 기부는 마무리된다. 정씨는 “내년에는 200그릇이 목표”라면서 “따뜻한 한 끼가 필요한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나눔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술식당이 위치한 삼양로는 한때 퇴폐업소의 일종인 맥양집이 즐비했다. 성북구는 2019년 1월 기준 37개였던 맥양집에 대한 대대적인 유해업소 단속을 벌였고, 이 중 22개 업소가 폐업했다. 여전히 15개 업소가 영업을 하고 있다. 성북구는 삼양로 일대를 청년창업거리로 만들기 위해 상점 인테리어비와 월세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지역 주민과 청년들을 불러모았다. 맥양집이 떠난 자리에는 현재 청년창업가게들이 들어서고 있다.

한술식당 역시 맥양집이 나간 자리를 허물고 만든 곳이다. 철거작업부터 인테리어까지 정씨의 손을 거쳐 완성했다. 그는 “가게를 연 이후 아침마다 무서웠다. ‘손님이 없어 망하면 어떡하지’란 생각을 계속 했다”고 말했다. “광화문에서 청년식당을 운영하다 코로나19로 빚만 지고 나왔거든요. 이곳에서 빨리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에는 구청의 도움이 컸어요. 창업하고 싶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치구 지원도 아무나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에 그는 “지금까지 받은 혜택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주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성북구 안암동 참살이길에 한술식당 2호점을 준비 중이다.

“계속 도전하는 거죠. 가능하다면 삼양로 일대에도 꾸준히 가게를 내서 성북구 청년들이 일할 기회를 주는 것 역시 목표입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