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70대 여성이 산불 피해지역 주민들을 위해 내놓은 돼지 저금통. 천안시 제공43만6330원. 저금통에는 10월짜리 동전부터 1만원권 지폐까지 온갖 돈이 다 들어있었다.

지난 7일 점심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충남 천안시 부성1동 행정복지센터에 70대 여성이 나타났다. 그는 별다른 설명도 없이 복지센터 직원에게 돼지저금통을 하나 건넸다.

“최근 강원·경북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 주민을 위해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요.”

이 주민이 남긴 말은 이게 다였다.

그는 신원을 알려달라는 행정복지센터 직원의 요청을 받고도 이름이나 주소 등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지난 4년 동안 돈을 저금통에 모았다”는 짧은 설명만 만기고 총총히 사라졌다.

천안시는 이 돈을 기부한 시민의 뜻을 살리기 위해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산불피해 특별 모금사업팀에 전달했다고 11일 밝혔다. 백금이 부성1동 행정복지센터 복지팀장은 “이렇게 따스한 마음을 갖고 있는 이웃이 있어 우리 모두가 힘을 내서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면서 “산불 피해지 주민들이 조금이라도 힘을 내서 어려움을 견뎌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5일에는 충남 서산의 한 주민이 역시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1024만9522원과 울진 산불 피해 주민들을 응원하는 내용의 글이 담긴 메모지를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내놓은 바 있다. 그가 남기고 간 메모지에는 “울진 시민 여러분과 함께한 국민이 있으니 빠른 복구가 될 것으로 믿는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충남 서산의 어느 노인으로부터”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