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맙습니다 - 기부자들께

전 국민이 지역과 세대 차이, 남녀로 나뉘어 분열과 갈등을 일으키면서, ‘승자독식’이라고 떠들고 있는 와중에도 변함 없이 국가와 사회 발전을 위해 봉사하고 기부하는 분들이 있어서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습니다. 너무 고맙고 감사한 분이 많아서 지면을 빌려 감사의 글을 올리고자 합니다.

명동에서 평생 구두를 고치는 할아버지께서 전남대에 12억 원을 기부하셨고, 영화배우로 일생을 사신 어른께서 500억 원을 기부하셨습니다.

K 산업 회장인 할머니께서는 760억이 넘는 돈을 카이스트에 기부하며 노벨상을 받는 과학자가 나오기를 기원하셨으며, H 기업의 회장께서는 3000억 원을 들여 대학을 세우신다고 합니다. 은평구청에 근무한 한 어르신께서는 매년 1억 원씩 10년 이상 기부하셨습니다. 울진에서 산불이 나자 어느 가수의 팬들이 이재민을 위한 성금을 모아 전달했고, 어떤 어린 여배우는 산불에 이어 우크라이나에까지 기부금을 기꺼이 내기도 합니다.

필자의 지인 중에는 월급으로 학생들에게 책을 사 주고 용돈을 주는 교수가 있고, 장사하고 사업하면서 대학원을 다닌 후, 50세가 넘어 박사학위를 받고 사회복지사업을 하는 대학 강사가 있습니다. 소리 소문도 없이 익명으로 기부하는 천사가 더 많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필자는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전 임직원이 뜻을 모아 10여 년 이상 작은 단체를 지원한 것밖에 없어서 부끄럽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300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난민이 유럽 전역으로 나가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방황하고 있으며, 코로나19가 3년째 기승을 부리며 전 세계인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100억 원이 있으면서 10억 원을 더 가지려고 하다가 검찰과 경찰의 조사를 받는 공직자가 있고, 50억 원을 독식하려다가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지도층도 있습니다. 최고의 권좌에서 온갖 권세를 다 누리고 늘그막에 치욕을 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빈부 격차와 계층별 갈등을 당연히 여기고 세상을 더럽게 물들이며 사회적 윤리와 도덕에 먹칠하는 듯합니다.

이런 혼탁한 세상을 살아가려니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학생과 주부들도 심한 고독과 우울을 느끼며 정신적 건강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의 위기를 예고하고 있는바, 이는 인류역사에 보기 드문 ‘완벽한 폭풍’이 닥친 상황이라고 합니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고 했고, 교육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주장하면서 함께 어울리는 자연적 조화의 아름다움을 설명했습니다.

위기 상황일수록 나눔의 미학을 강조하고, 베푸는 습관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생 모은 개인 재산을 기꺼이 나누고 기부와 봉사를 현실적으로 보여 주는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개인주의 시대라고 해도 ‘승자독식’은 바람직한 철학도 아니고,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세상이라는 것을 제대로 가르쳐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홍석기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