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의 달’에 열린 특별한 시화전

예장옥 작가 ‘내 인생 최고의 봄날’ 시화 작품
“평생 글 모르는 애벌레 시절과 번데기를 거쳐 / 예순여덟에 한 마리 나비가 되었네 / 공부는 못해도 선생님의 칭찬을 벗 삼아 / 글밭에서 훨훨 날아다니는 노란 나비가 되어 / 글 향기에 퐁당 빠진 내 인생 최고의 봄날이다” (예장옥, ‘내 인생 최고의 봄날’)

9월 ‘문해의 달’을 맞아 성인 문해교육 학습자들의 시화·엽서쓰기 수상 작품을 전시하는 ‘제11회 성인 문해교육 시화전’이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다고 교육부가 5일 밝혔다.

‘문해, 지금 나는 봄이다’ 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시화전에는 전국에서 1만426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삶의 어려움과 한글 공부의 즐거움, 꿈과 희망 등을 작품에 담았다.
 

제11회 성인 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최우수상인 글꿈상을 받은 예장옥씨(75)가 성인용 문해교과서인 <배움의 나무>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교육부 제공
이번 시화전에서는 예장옥씨(75) 등 10명이 최우수상에 해당하는 글꿈상을 수상했다. 예씨는 시 ‘내 인생 최고의 봄날’에서 어린 시절 엄마와 헤어지고 식모살이를 시작한 사연, 아이들 때문에 참고 살았던 결혼생활, 글공부를 시작한 뒤 ‘봄날’을 만난 것 같다는 심경을 그렸다.
 

김경남 작가 ‘섬세하고 예민한 내 친구 점자’ 시화 작품 

염복수 작가 ‘나의 또 다른 봄’ 시화 작품
공개된 글꿈상 수상작들에는 글을 배우면서 느낀 기쁨, 가족에 대한 사랑 등이 녹아있다. 대구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문해교육을 받은 김경남씨는 시 ‘섬세하고 예민한 내 친구 점자’ 에서 점자(點字)를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된 기쁨을 노래했다. 염복수씨는 과거 과수원 품일을 하던 시절 배나무 밑에서 잠을 자거나 놀며 엄마를 기다리던 어린 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나의 또 다른 봄’이라는 시에 담았다.

이주현씨는 ‘내가 나에게’라는 시를 통해 글을 배울 기회도 없이 고단하기만 했던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해 주고 싶었던 말을 편지로 썼다. 안순녀씨는 시 ‘하늘로 보내는 편지’에 세상을 떠난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기 위해 한글을 배웠다고 썼다.

시화전은 국가문해교육센터 홈페이지(http://le.or.kr) 내 온라인 전시관에서도 볼 수 있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 문해의 날’(9월8일)을 기념해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2022년 대한민국 문해의 달 선포식을 열었다.

한국의 초중고 취학률은 90% 이상으로 거의 완전취학 상태지만, 성인 비문해자의 수는 2020년 기준 200만명을 웃돈다. 교육부는 사회경제적 요인 등으로 교육기회를 갖지 못했던 비문해·저학력 성인에 대한 문해교육을 지속해서 지원해오고 있다.

시화전 외에도 ‘대한민국 문해의 달’ 10주년을 기념해 문해 학습자의 노력과 성과를 담은 시화 작품집 <일흔살 1학년>이 발간된다.

작품집을 엮은 나태주 시인은 엮은이의 말에서 “그야말로 살아서 숨 쉬는 글들이었고 인생에 대한 원망이나 한탄 대신 기쁨과 만족이 담겨 있었다”며 “글을 깨쳐 마음의 어둠에서 벗어나신 것을 축하하고 이 땅의 참 좋은 시인으로 거듭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