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소속의 강원묵 경사가 20일 대전경찰청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정의 기자
“처음 경찰관이 됐을 때는 조직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적잖았지만, 지금은 ‘경찰’이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대전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소속 강원묵 경사(30)는 경찰관이 된 지 올해로 8년차다. 그는 2015년 순경 공채로 입직해 현재 상황실에서 접수된 신고 건에 대해 분석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분석 요원은 범죄 현장에 최인접 순찰차, 형사 차량들을 출동시키고 현장에서 지휘할 수 있는 책임자를 지정한다. 용의자에 대한 예상 도주로 차단, 피해자의 안전 확보를 위한 119 요청 등의 구호조치를 하는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강 경사는 또래에 비해 비교적 젊은 나이인 23살에 ‘민중의 지팡이’가 됐다. 강 경사는 “처음에는 다른 직종에 취업한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그들의 근무 환경이 부러울 때가 있었다”며 “경찰이라는 업무 특성상 정시출근·정시퇴근이 어렵고, 다른 직종에 비해 분위기가 비교적 경직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찰이라는 직업은 MZ세대들이 추구하는 요소를 충족시키기에는 다소 어려운 면이 있지만, 경찰관이 된 것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다”며 “오랜 기간 매달린 사건을 해결하는 데서 오는 성취감과 현장에서 듣는 시민들의 ‘감사하다’는 말 한 마디는 ‘평생 이 일을 업으로 삼아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고 웃음지었다.

그는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과 자유를 중시하는 MZ세대의 특성과는 다소 거리가 먼 경찰관의 길을 선택했지만,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최일선에서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소속의 강원묵 경사가 20일 상황실에서 접수된 신고 건에 대해 분석을 하고 있다. 강정의 기자
그는 지난 3월17일 오후 5시쯤 보이스피싱 범인을 검거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이같은 그의 활약은 지난 3월 대전경찰청 현장 우수사례로 선정된 데 이어 경찰청장의 표창 수상으로 이어졌다.

강 경사는 당시 “보이스피싱 범인이 도망가려 한다”는 신고를 받고 ‘코드제로’ 지령으로 대응했다. 코드제로는 신고자와 통화를 끊지 않고 범죄 현장으로 경찰관을 출동시키면서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파하는 긴급 단계 중 하나다. 그는 결국 4분 만에 현장에 경찰관을 출동시킴으로써 피의자를 검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강 경사는 “신고자의 위치와 추가 정보를 얻기 위해 집요하게 질문을 이어가면서 실시간 무전 중계를 통해 신고를 접수한 지 4분여만에 순찰차가 현장에 도착하도록 했고, 결국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현장에서 체포할 수 있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강 경사는 2017년 교통조사팀에서 근무할 당시에도 대전 대덕구 한 단지 안에서 10대 학생이 자전거로 80대 할머니(사망)를 치고 달아난 ‘뺑소니 사건’과 관련해 주변 블랙박스와 폐쇄회로(CC)TV 수십개를 확보·분석해 범인을 검거하는 성과를 낸 바 있다.
 

대전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소속의 강원묵 경사가 20일 상황실에서 접수된 신고 건에 대해 분석을 하고 있다. 강정의 기자
그는 최근 전국에서 보이스피싱 등의 사이버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흐름과 관련, 시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당부의 말도 남겼다.

강 경사는 “경찰과 검찰, 그리고 은행 관계자는 사람을 직접 만나서 돈을 받는 경우가 절대 없다”며 주의를 당부한 뒤 “보이스피싱 범죄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의심되는 전화나 문자에 대응하지 않는 동시에 경찰에 바로 신고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