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어르신들 생일상도 운영 식당서 차려…아들·며느리도 동참
"나누는 게 좋다"…지금까지 3천여명 어르신에 음식 대접 

어르신 모시는 정연달 대구 중구 남산4동 주민자치위원장 [정연달씨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혼자 사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내 집에서 내 가족처럼 식사를 드시게 하고 싶었습니다."

대구 중구 남산동 정연달(64)씨의 막창 식당에서는 석 달에 한 번 홀로 어르신들의 생일잔치가 열린다.

정 씨의 아내와 아들, 며느리까지 모여 잔칫상을 준비한다.

막창을 굽던 테이블에는 떡 케이크가 놓인다.

직접 차린 밥과 불고기, 미역국, 갖가지 전도 식탁을 채운다.

정성껏 차려진 생일상에 삼삼오오 모인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꽃핀다.

정 씨의 식당은 그날만큼은 지역 어르신들의 '집'이 된다.
 

혼자 사는 어르신 생신상 [정연달씨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정 씨의 어르신 식사 봉사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대구역 앞 노숙자에게 무료 배식을 시작으로 봉사를 시작했다"며 "한 사찰에서 노숙자 무료 급식에 쌀을 기부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그때는 가게 사정도 좋지 않아 쌀은 반 가마니를 기부하고 배식 봉사를 하겠다고 했다"고 첫 봉사의 기억을 떠올렸다.

장사가 자리 잡기 전까지 봉사를 함께 하는 것에 부담도 많이 느꼈다고 한다.

정 씨는 "저녁 장사를 하는 입장이라 한 시간을 자고 봉사를 나갈 때도 있었다"며 "그러다 사고도 나고 건강도 안 좋아져 급식 봉사를 그만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봉사를 계속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에 남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추진한 '해피런치타임' 사업을 알게 됐다"며 "내 가게에서 내가 직접 봉사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도맡아 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 달에 한 번 20여 명의 어르신을 모시고 점심을 대접하는 해피런치타임은 올해로 14년째.

음식을 대접한 어르신들만 3천여 명에 이른다.
 

혼자 사는 어르신 생신상 차려드리기 [정연달씨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그는 "일부 어르신들은 식당에서 무료 급식 쿠폰으로 식사를 하시는 게 부담으로 느끼시더라"며 "남의 집에서 얻어먹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내 집에서 내 가족이 차려주는 식사를 드시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꾸준한 봉사의 이유를 설명했다.

또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도시락으로 바뀌었지만, 정성껏 도시락을 만드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지난해 9월부터는 '혼자 사는 어르신 생신상 차려드리기'를 새로 시작했다"며 "올해부터는 석 달에 한 번씩 꾸준히 생일인 어르신들을 모실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혼자 사는 어르신에게 생일상을 차려드리는 게 어떠냐는 남산동 사회협의단체의 제안에 시작하게 됐다"며 나눔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정 씨는 봉사하는 이유에 대해 "나누는 걸 좋아해서"라고 멋쩍게 웃었다.

정 씨의 아내 박현숙(60)씨는 "그냥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며 "아들이 가게를 도우면서부터는 온 가족이 나서 하고 있는데, 애들한테 부담을 주는 것 같아 미안하면서도 함께 즐기며 해 주니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어르신 식사 챙기는 박현숙씨 [정연달씨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그는 음식 봉사 외에도 지난 2010년부터 지금까지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천700여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런 선행을 이어온 그는 지난 1월부터 대구 중구 남산4동 주민자치위원장을 맡았다.

정 씨는 "부모님이 나누는 걸 좋아하셨다. 지역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나눌 때 부모님도 함께 어울리셨다"며 "올해 부모님이 다 돌아가셨는데, 이제는 당연히 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봉사를 계속할 것"이라며 봉사 의지를 내비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