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부터 29년간 이웃 사랑 실천…적십자봉사회 제주협의회장 맡아
1만 2천시간.
 

인터뷰하는 김태철씨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김태철 대한적십자봉사회제주도지사협의회장이 지난 6일 제주시 내 한 사무실 앞에서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0.8 dragon.me@yna.co.kr
29년 동안 이웃사랑을 실천 중인 김태철(60) 대한적십자봉사회제주도지사협의회장이 그동안 발로 뛰며 봉사한 시간이다.

지난 6일 그가 근무하는 제주시 한 유통업체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한국방송통신대 제주대 경영학과를 다닐 적 인연을 맺은 고 김대주 전 적십자봉사회 제주도협의회장 권유로 봉사활동의 첫발을 내디뎠다.

"처음 봉사하러 간 날이나 장소가 기억나느냐"는 기자 질문에 그는 "1995년 5월 15일, 서귀포시 남원읍에 있는 지적 장애인시설인 살레시오의 집이었다"며 잊을 수 없다는 듯 그날을 회상했다.

그는 "첫 봉사활동을 하러 살레시오의 집을 찾았을 때 입소자가 반가운 마음에 껴안으려고 했지만, 순간적으로 '달려든다'는 느낌이 컸던지라 놀라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며 부끄러운 듯 경험을 소개했다.

서툰 손길로 누군가를 돕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손과 발을 빠릿빠릿 움직이는 데만 신경을 집중했던 그였다.

봉사의 참 의미를 조금 찾게 된 것은 첫 봉사활동을 하고 나서도 시간이 지나서였다.

그는 "한 달에 두세 번 꼬박꼬박 시설을 찾아 손을 보태는 일이 어색하지 않고 익숙해질 때가 돼서야 입소자가 가진 순수함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그때부턴 만나면 내가 먼저 포옹하고 손을 내밀었다"고 말했다.

"조금만 해보지"라며 가볍게 시작했던 나눔은 "해볼 만하겠다"라는 자신감이 붙자 자연스럽게 그의 일과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웃사랑 도시락 만드는 김태철씨 [김태철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05년께는 대한적십자사 대표로 아프리카 말라위 해외 봉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봉사 활동 기간 하루는 물을 뜨러 가는 아이를 따라나섰다"며 "그때 아이가 마시는 물이 맞나 싶은 흙탕물을 뜨는 도중 손가락만 한 물고기가 보이자 재빨리 잡고는 허리춤에 슬그머니 숨기는 걸 보며 열악한 환경과 배고픈 삶의 현장을 몸소 느꼈다"고 전했다.

아프리카 봉사활동은 그가 봉사자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마음만은 모두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지만, 한계가 있어 봉사자 역할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며 "이로 인해 큰 고민 없이 내던 정기 후원금도 실제 어려운 이들에게 혜택을 더 많이 주는 기관을 찾아보고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나눔에 대한 그의 고민은 봉사자로서 두각을 나타내며 그는 2011년 여성가족부장관 표창을 받는 기쁨을 누렸다.

또 2021년 대한적십자봉사회 제주도협의회장으로 선출됐다.

김씨는 봉사를 '희망을 전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하루는 혼자 사는 어르신 집 도배를 했는데 할머니께서 눈물까지 보이시며 고맙다고 했다"며 "새로 도배한 것만으로도 몰라보게 달라진 집을 통해 희망을 얻으신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앞에 있는 사람이 웃으면 덩달아 행복해지지 않느냐. 봉사는 하는 사람 역시 덩달아 행복해지는 일"이라며 "남는 시간에 봉사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죽을 때까지 못 한다. 있는 시간을 쪼개 한 번 부딪쳐 봤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