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콤한 사탕엔 ‘쓴맛’ 숨어 있다 | news | 2008-03-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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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화이트 데이 시즌 동안 초콜릿·사탕을 생산하는 제과업계는 특수를 누린다. 하지만 우리가 무심코 먹는 초콜릿·사탕의 달콤한 맛에는 제3세계 국가 노동자들의 눈물이 녹아 있다.
국제 비정부기구(NGO)인 ‘세이브 더 칠드런’ 보고서(2007년)에 따르면 전 세계 초콜릿의 절반가량을 생산하는 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의 카카오(초콜릿 원료) 농장에는 수천만 명의 9~12세 아동 노예가 임금도 받지 못한 채 중노동하고 있다.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몫도 터무니 없이 낮다. 제3세계 국가의 커피 생산자가 원두 1㎏을 팔고 손에 쥐는 돈은 최종 커피 가격의 200분의 1 수준인 100원에 불과하다.
이런 문제 의식에서 제기된 게 제3세계 국가에서 만든 제품을 제값 주고 사주자는 ‘공정무역(Fair Trade)’ 운동이다. 초콜릿·커피·설탕 등 전 세계 소비량의 90% 이상을 공급하는 제3세계 국가와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복지 환경을 개선하자는 게 취지다.
◇공정무역 태동 배경=자본주의가 발달한 미국과 서유럽 국가에서 1950~60년대 생겨난 공정무역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대등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1946년 미국의 시민단체인 ‘텐사우전빌리지(Ten Thousand Villages)’가 푸에르토리코의 바느질 제품을 취급한 게 시초다. 현재는 세계공정무역인증기구(FLO)를 포함해 세계 200여 개 NGO와 기업들이 공정무역에 참여하고 있다.
공정무역은 최종 소비자가 생산자조합과 직거래를 터 가난한 생산자들에게 이익을 나눠주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물론 생산자조합에도 공정무역 제품가의 10% 정도를 별도 장려금으로 지급해 학교·병원 등 사회간접자본을 마련하는 데 사용토록 한다.
공정무역은 다국적 기업을 포함해 중간 유통업체가 취하는 폭리를 줄여줘 생산자에게 이익이 돌아가고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소비행위가 노동자 권익까지 보호한다는 도덕적 만족감을 준다는 점에서 ‘착한 무역’ ‘착한 소비’ ‘아름다운 거래’라고 부르기도 한다.
◇얼마나 거래되나=FLO에 따르면 2007년 공정무역 거래 품목은 유기농 초콜릿·바나나·꽃 등 농산품과 의류·축구공 등 공산품을 포함해 모두 3000여 종이며, 거래액은 22억 달러(약 2조680억원) 규모로 2005년에 비해 40% 늘었다. 공정무역이 세계 무역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1% 수준이지만 그 혜택은 제3세계 노동자 700만 명에게 돌아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세계 무역 거래액의 1%만 돼도 1억2800만 명이 극심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무역에 참여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세계적 커피 체인점인 스타벅스는 연간 원두 총구매량의 6%인 800만
◇공정무역 둘러싼 찬반론=옹호론자들은 공정무역이 아동 노동을 줄이는 등 노동자 권리를 보호할 뿐 아니라 친환경 공법으로 제품을 소량 생산하도록 유도해 대량 생산·소비에 따른 지구 환경 파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반면 반대론도 만만찮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는 시장가격을 골간으로 하는 세계 무역 질서를 흔들 뿐 아니라 자유무역 정신도 훼손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커피 재배 농민들이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받는다면 농민들은 커피 생산을 더 늘려 수요·공급의 불균형을 초래해 결국 가격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공정무역연합 박창순 대표는 “공정무역은 자유무역 체제에서 구조적으로 패자가 될 수밖에 없는 제3세계 노동자들에게 혜택을 나눠주자는 것이지 자유무역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공정무역이나 윤리적 소비를 권장하는 주장은 자칫 ‘웰빙’과 같이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공정무역은 진화하는 자본주의 산물=그동안 소비자는 가격 대비 품질을 고려하는 ‘합리적 소비’에 초점을 뒀다. 하지만 공정무역 소비자들은 오히려 생산자를 보호하고 환경문제까지 신경 쓰는 ‘비합리적 소비’를 한다.
이 같은 ‘윤리적 소비’는 자본주의 체제가 스스로 폐해를 해결함으로써 자정능력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인 셈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올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자본주의가 부자뿐 아니라 빈자의 삶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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