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아너스 회원 가입
3000만 원 이상 고액 기부자 클럽
LED 전등 선물 계기…5년 전 자립
"사회에서 받은 희망 다시 나누고파"

광주 서구가 23일 구청 1층 기부자 명예의 전당에서 송순희(가운데)씨의 서구 아너스 회원 가입식을 하고 있다. 광주 서구 제공
가난에 허덕이던 광주의 기초생활수급자가 자립 5년 만에 고액 기부자 클럽 '서구 아너스'에 이름을 올렸다.

24일 광주 서구에 따르면 전날 주택관리사 송순희(57)씨가 서구 아너스 클럽에 가입했다. 송씨는 이날 서구에 500만 원을 기탁하며 앞으로 5년간 매달 50만 원씩 기부를 약속했다.

지병을 앓는 송씨는 10년 전만 해도 새는 수돗물조차 받아 써야 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였다. 그래도 삶을 바꾸겠다는 의지는 매우 강했다. 송경애 서구 복지정책과장은 "송씨는 자신이 받은 지원금을 다 쓰지 않고 한 푼 두 푼 모아 컵라면과 계란을 구입해 더 어려운 이웃에게 베풀던 사람"이라며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씨의 인생을 바꾼 것은 사회복지 공무원이 선물한 조그만 발광다이오드(LED) 전등이었다. 그는 "예전 집은 건너편 건물 탓에 햇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아 대낮에도 어두웠다"며 "그때 LED 전등을 선물 받았고, 공부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2015년 조건부 수급자로 전환했고, 4년 후인 2019년 주택관리사 시험에 합격했다. 이듬해에는 기초생활수급자 신분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립에 성공했다. 새로운 삶을 살게 되면서 수입을 아끼고 모아 기부를 결심했다. 송씨는 "누군가가 내 삶에 희망의 불빛을 선물했듯 나도 누군가에게 희망의 불빛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