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며 아이 셋 키운 박지주씨 인터뷰
계획 없던 임신…"나도 된다는 사실에 행복"
"장애인 임신·출산·양육 욕망 억압해선 안 돼"
아이들 큰 뒤엔 직접 양육권 보장 운동 나서
"장애 부모 자녀들, 심리적 위축…지원 늘려야"
아이 독립성 위해 노력…"최선 다한 엄마로 남길"

[서울=뉴시스] 박지주(54)씨. (사진=본인 제공) 2025. 10. 17. *재판매 및 DB 금지
"몸이 불편한데 아이를 낳는 것이 무책임한 게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100% 완벽한 부모여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우가 있나요? 누구든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은 존중 받아야 합니다."

지난 13일 서울 구로구의 한 카페에서 세 남매의 엄마이자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박지주(54)씨를 만나 아이들을 낳고 키우며 느낀 희로애락을 들었다.

박씨는 올해로 스무 살이 된 아들과 열다섯 살인 쌍둥이 딸까지 세 명의 아이를 낳고 길러왔다. 셋 모두 계획적 임신은 아니었지만 원래부터 아이를 좋아했던 박씨는 임신 사실에 크게 기뻐했다고 한다. 쌍둥이 임신 땐 아버지의 극렬한 반대에도 출산 의지를 꺾지 않았다.

박씨는 "20년 전만 해도 장애 여성은 성적 욕망도 없고 임신도 못하고 아이도 못 키울 거라는 부정적 사회 인식이 가득한 시기였다"며 "아이가 생겨서 '나도 임신이 되네'라는 생각에 되게 행복하게 살았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지금도 장애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세간의 시선이 곱지 만은 않다. 아이가 장애를 물려받는 것은 아닌지, 장애인이 아이를 제대로 양육할 수 있는지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장려 되고 축하 받는 비장애인의 출산과는 분위기와 다르다.

박씨는 "'몸이 불편한데 아이를 낳는 게 무책임한 게 아니냐'고 질문하는 비장애인들이 많은데, 과연 당신들은 100% 완벽한 부모여서 아이를 낳고 키우냐고 되묻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장애 부모가 임신, 출산, 양육하고자 하는 욕망을 사회가 억압해선 안 되고 그 일을 잘 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그게 사회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미혼 시절 장애인권운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했던 박씨는 출산 뒤 수년간은 육아에만 전념했다. 당시 장애 부모의 양육을 지원하는 제도가 지금보다 미비해 "몸을 불살라서 혹사하면서 키웠다"고 한다.

그러다 쌍둥이들이 유치원에 가면서 장애부모들의 양육권 보장을 요구하는 운동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장애 부모가 홈헬퍼(서울시의 장애인 가정 돌봄 서비스), 아이돌보미(중앙정부 주도 사업), 장애인 활동지원 등 3가지 서비스를 중복 지원 받을 수 있어야 하며 아이돌보미 서비스 자부담을 폐지해야 한다고 외쳤다. 지속적 요구에 따라 3개 서비스 중복 지원이 가능해지고 아이돌보미는 자부담 비율이 낮아졌다고 한다.

박씨는 "비장애인도 경제적 이유 등으로 인해 아이를 키우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장애인은 더더욱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에 임신 출산 양육을 포기하는 일이 많다"며 "제도적 미비점을 개선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가 부족하면 부족한 만큼 장애 부모들도 스스로 권리를 찾으려고 애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박지주(54)씨와 자녀들. (사진=본인 제공) 2025. 10. 17. *재판매 및 DB 금지
아이들이 학교에 간 뒤에도 양육 과정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초등학생 자녀가 장애 부모를 뒀다는 이유로 놀림 받는 일이 생기자 박씨는 곧장 학교로 달려가 장애인식 개선 교육을 했다. 그녀는 장애 부모의 자녀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사회 안전망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청소년기엔 자아를 찾는 것도 힘든데 부모가 장애가 있으면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장애 부모 자녀들을 위한 상담 프로그램, 장애인 가족 지원 프로그램 서비스 등을 포함한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박씨의 화두는 사춘기 아이들이 독립적으로 성장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그녀는 평소 자신에게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잡다한 일을 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집안일의 경우 독립성을 위해 가르쳐야 할 필수 요소라는 점에서 고민이 된 적이 있다고 한다.

박씨는 "아이들의 입장에서도 (집안일을 시키는 것이) 부당한 요구가 아니라 당연히 내가 해야 되는 일이란 걸 인식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상당히 복합적인 문제"라며 "결국 '집안일은 가족이 같이 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그 얘기를 계속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박씨는 아이를 키우면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깊어졌다"고 했다. 과거보다 사람들의 실수와 잘못에 너그러워졌다는 것이다. 그녀는 "예전엔 누가 나를 공격하면 심장을 파고드는 것처럼 아팠는데 지금은 스펀지 같은 흡수력이 생겼다"며 "감정적 교감은 인간을 인간다워지게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어떤 엄마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그녀는 "아이의 삶을 존중하면서 독립할 수 있게 해주고, 저도 저의 삶을 독립적으로 사는 엄마이고 싶다"며 "(자녀들에게) '엄마는 가지고 있는 자원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 게으른 엄마가 아니었다'고 인식되고 싶다"고 답했다.

*이 기사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공동 기획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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